전문가 “정책 오판 부담에 대출 규제 완화 쉽지 않아”
화웨이 회장, 10년 침체 경고
주요 이코노미스트, 올해 성장률 전망치 3.5%로 하향
중국 부동산 시장은 지난 20년간 국가 성장을 주도했다. 현 시장 가치는 최대 60조 달러(약 8경 원)로, 자산군으로는 전 세계 최대 규모다. 하지만 지금은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도미노 신용등급 강등과 집값 하락으로 막대한 타격을 받은 상태다. 여기에 개발업체로부터 돈을 받지 못한 도급업체들이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상환을 보이콧하면서 주택을 미완성 상태로 남겨놓고 떠나는 실정이다.
특히 이런 문제는 토지 판매 소득에 의존하는 지방정부를 불구로 만들고 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그런데도 중국 정부는 경제활동을 저해하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고 있고, 부동산 시장을 대상으로 한 대출 단속을 해제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최근엔 극심한 폭염에 전력과 식량 공급까지 차질을 빚는 등 경제가 첩첩산중 악재를 맞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테네오의 가브리엘 와일도 이사는 “중국 당국은 부동산 대출 단속을 철회하거나 줄이는 것을 놓고 난관에 봉착했다”며 “하지만 당국은 너무 멀리 와버려서 돌이킬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오판이나 정책적 오류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택시장의 신뢰는 완전히 무너졌고 어떤 산업도 살아남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런정페이 최고경영자(CEO)도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는 직원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경기침체로 인한 냉기를 향후 10년에 걸쳐 모두가 느낄 것”이라며 “매우 고통스러운 역사적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메시지는 중국 소셜미디어에 퍼져 1억 회 이상의 공유를 기록하며 많은 공감을 얻었다.
주요 이코노미스트들 역시 중국 경제성장이 당분간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이 주요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종전 3.9%에서 3.5%로 떨어졌다. 이는 중국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인 ‘5.5% 안팎’과 큰 차이를 보인다.
또 내년 전망치는 종전과 같은 5.2%로 유지했지만, 1분기 전망치는 0.1~0.4%포인트 낮아졌다.
웰스파고의 브렌던 맥케나 이코노미스트는 “아직 어려움을 겪는 부동산 부문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규제 재개는 성장에 하방 압력을 준다”며 “기본 시나리오는 올해 성장률이 3%를 조금 넘는다는 것이지만, 경제활동이 계속 둔화하면 그 밑으로 내릴 위험이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호주뉴질랜드은행의 레이먼드 영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금 문제 이외에도 인구 통계 등 근본적인 위험이 있어 향후 몇 년간은 성장률이 5% 미만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