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예정에 없던 이번 출장과 관련해 재계 안팎에서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에 따른 국산 전기차 피해를 최소화를 위해 그가 직접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재계와 현대차그룹 등에 따르면 정 회장은 전날 전용기를 타고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출장에 앞서 구체적인 목적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 워싱턴DC로 직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시간 항공기 위치 검색 사이트 등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전용기(HL7787)는 이날 현재 미국 워싱턴 인근 조지타운 공항에 머물러 있다.
이번 출장길에는 현대차 대관 담당 공영운 사장을 비롯해 북미법인 주요 인사가 합류한 것으로 관측된다.
정 회장의 미국행은 올해에만 벌써 네 번째다. 이번 워싱턴 방문은 북미에서 최종 조립되는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기간에 맞춰 공격적인 미국 현지 투자 계획을 밝혔었다.
대대적인 투자를 공언하며 그룹 신성장 동력 추진에 속도를 내는 한편, 우리 정부의 대미 정책 기조에 화답하는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도 받았다.
무엇보다 정 회장은 105억 달러(약 13조40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신규 투자를 통해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를 통해 △로보틱스와 △UAM(도심항공교통) △자율주행 △인공지능 등 첨단 미래산업 분야의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구체적으로 2025년 상반기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공장을 준공한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이처럼 미국 현지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천명했지만, 당장 현지 정부가 전기차 구매 보조금 리스트에서 현대차그룹을 제외하겠다는 IRA를 발표하자 현대차 내부에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IRA가 예정대로 시행되면 국내산 전기차는 당장 현지에서 보조금 수혜를 누릴 수 없게 된다. 현대차의 경우 전기차 전용공장을 가동하는 2025년 이전까지는 지금처럼 국내산 전기차를 수출하는 방법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이에 맞서 현지 전기차 공장의 착공 시점을 6개월 앞당겨 2024년 말 본격적인 양산 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서둘러 내놨다.
동시에 정 회장은 이번 미국 출장길에 나서 현지 정·재계 인사를 만나 IRA 관련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현지 전기차 생산을 서두르는 한편, IRA 시행의 유예 또는 단계적 시행 등을 현지 정부에 건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은 테슬라에 이어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면 현대차 아이오닉 5의 경우 테슬라 모델3보다 비싸진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 알 수 없는 상태”라며 “다만 현지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