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평가절하, 중국 당국의 마지막 선택지”
해외자본 유출·시장 변동성 확대 등 부작용도 커
한국 등 주요 교역 파트너에도 위험 요인
달러·위안 환율은 최근 2020년 9월 이후 처음으로 6.8위안대로 오르면서 연일 2년래 최고치(위안화 가치 최저)를 경신하고 있다.
위안화 가치 하락은 중국에 양날의 칼로 작용하고 있다. 통화 약세로 수출 기업들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경기부양을 위해 중국 인민은행이 금리를 인하하고 지방 정부가 대출을 늘리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여력도 생긴다.
중국 당국은 부동산 경기둔화와 코로나발 도시봉쇄로 위축된 기업과 개인의 소비 심리를 자극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번 주 인민은행은 사실상 기준금리인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3.70%에서 3.65%로 0.05%포인트 인하했다. 모기지 금리 기준이 되는 5년 만기 LPR도 4.45%에서 4.30%로 0.15%포인트 내렸다.
미국 국제금융연구소(IIE)의 젠 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완화적 통화정책에도 대출 수요가 약한 ‘유동성 함정’에 빠졌다”며 “위안화 평가절하는 중국 금융당국이 기댈 수 있는 마지막 선택지”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위안화 약세 추세가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통화 가치가 약해지면 해외자본 유출 현상이 심화하고 시장 변동성도 커진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미국 금융시장과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도 불가피하다. 달러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과 세계 경제 불확실성 국면에서 안전 자산으로서의 위상을 회복하며 무섭게 치솟고 있다. 세계 주요국 통화 가치가 이번 3분기 달러 대비 모두 하락했지만, 특히 위안화(역외 환율 기준)는 아시아에서 한국 원화에 이어 두 번째로 하락 폭이 컸다.
위안화 약세는 또 중국 가계와 기업들이 자금을 해외로 빼낼 유인이 된다. 2015년 위안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해 역내외 자본 유출이 심화하자 중국 당국은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고에서 약 1조 달러를 풀어야 했다.
중국 시장 변동성은 교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도 잠재적 위험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기가 이미 주요 교역 파트너인 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대만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TCW그룹의 전무이사인 데이브 로에빙거는 “중국이 특히 아시아 신흥국들의 주요 무역국이 됐기 때문에 이들 국가의 통화 움직임도 중국과의 연관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스탠다드차타드와 미즈호은행 이코노미스트들은 인민은행의 비둘기 기조가 연준의 매파 움직임과 대조를 이루면서 위안화 가치가 추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동성 함정에 빠진 중국 금융당국은 위안화 하락을 묵인할 수밖에 없지만, 부메랑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