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에 고개 드는 서울 아파트 증여

입력 2022-08-22 16:00수정 2022-08-2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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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매매 거래 중 11%가 '증여'
송파 35%·강남 20%·서초 14%
'강남3구' 중심으로 증가세 뚜렷
내년부터 증여 취득세 대폭 인상
올해 증여성 직거래 더 늘어날 듯

▲서울 용산구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조현욱 기자 gusdnr8863@)

서울 아파트 증여거래가 고개를 들고 있다. 집값 내림세가 장기화하자 저렴한 가격에 아파트를 내다 파느니 물려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내년에 주택을 증여하면 증여할 때 내는 취득세나, 팔 때 부담하는 양도소득세(양도세)가 늘어나 다주택자가 밀집한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증여를 서두르는 모습이다.

22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 중 증여 비중은 1월 10.1%에서 6월 기준 11.2%로 1.1%포인트(p) 상승했다. 특히 강남 3구(서초‧송파‧강남구)는 증여 거래 비중이 서울 평균 증가율을 웃돌았다. 서초구는 1월 8.09%에서 6월 13.81%로 5.72%p 늘었다. 강남구는 13.99%에서 20%로 6.01%p 상승했고, 송파구는 같은 기간 10.75%에서 34.67%로 무려 23.92%p 급등했다.

이 기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기준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 우려로 대폭 줄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월 1090건에서 2월 819건으로 줄어 역대 최소치를 기록한 뒤, 4월과 5월 1700건대로 소폭 반등했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계속 오르고 부동산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자 6월 1079건 수준에 머물렀다. 즉, 서울 집값이 하락하고 거래량은 줄었지만, 오히려 증여는 이 기간 대폭 늘어난 것이다.

증여 거래로 추정할 수 있는 ‘직거래’ 비중도 늘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617건 중 직거래는 75건으로, 전체 거래의 12.1%였다. 이는 6월 8.1%보다 높은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 직거래 비중은 1월 서울 아파트 매매 1128건 중 19.1%(216건)에서 5월 1818건 중 20%(363건)까지 치솟았다. 이후 6월 반짝 하락한 뒤 증여 거래 비중이 다시 우상향하고 있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지난달 26일 강남구 역삼동 ‘역삼자이’ 전용면적 59㎡형은 20억 원에 직거래 형식으로 실거래됐다. 인근 아파트 같은 평형의 매도 호가(집주인이 팔기 위해 부르는 가격)는 최저 22억 원부터다. 시세보다 10% 이상 저렴한 셈이다. 같은 달 13일 양천구 목동 ‘금호1차’ 전용 84㎡형은 11억5000만 원에 직거래로 팔렸다. 해당 평형은 2020년 13억3000만 원에 팔렸고, 현재 호가는 18억 원 수준이다.

직거래는 부동산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직접 거래하는 방식이다. 증여성 직거래 시 가족 또는 친인척 사이에 시세보다 저렴하게 계약서를 써 증여세를 아낄 수 있다. 또 부동산 중개수수료 부담도 덜 수 있다. 증여세율은 서울 평균 아파트 가격 기준으로 40%(10억 원 초과~20억 원 이하 기준)를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증여세법 기준으로 ‘시세의 30% 이내, 3억 원 한도’를 지켜 친족간에 거래하면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내년부터 증여 취득세가 증가하는 만큼 올해 증여 거래는 늘어날 전망이다. 증여받는 사람은 증여세와 별도로 취득세를 내야 한다. 올해 세제 개편안에 따르면, 증여 취득세는 올 연말까지만 증여 시 공시가격을 취득세 과세표준으로 적용하고, 내년부터는 시세를 과세표준으로 삼는다. 공시가는 시세의 80% 안팎 수준임을 고려하면, 내년부터 시세를 기준으로 적용 시 취득세를 더 많이 내야 한다. 이 밖에 내년부터는 양도소득세 이월과세 적용 기간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두 배 늘어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최근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다주택자는 싼값에 파는 것 대신 보유하는 전략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산가를 중심으로 세금 문제를 고려해 장기적인 자산 관리 차원에서 앞으로 증여를 선택하는 다주택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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