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이는 국제 유가에 상승·하락 베팅 ETF 둘 다 뭉칫돈 빠졌다

입력 2022-08-17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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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멕시코주 러빙턴 인근의 한 유전에서 펌핑잭이 석유를 뽑아올리고 있다. 러빙턴/AP뉴시스
국제 유가가 요동치자 투자자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유가가 오를 것에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떨어질 것에 베팅하는 ETF 둘 다 자금이 빠져나갔다. 다만 최근 중국의 경기가 침체됐다는 신호가 나오면서 국제 유가가 상승할 거라는 ETF의 수익률이 조금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의 원유 선물 ETF에서 최근 3개월 동안 296억 원의 투자금이 빠졌다. 최근 일주일만 해도 15억 원 넘게 빠졌다. 투자자들이 원유 가격이 상승할 것에 대해 회의적으로 전망한 것이다. 그렇다고 투자자들이 국제 유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본 것도 아니다. 두 자산운용사의 원유 인버스 ETF에서는 원유 선물 ETF보다 약 4배 많은 1248억 원이 빠졌다.

이처럼 투자자들이 인버스 여부에 상관없이 원유 관련 ETF에서 자금을 회수하는 이유는 국제 유가가 심하게 움직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국제 유가는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이후 최고치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90달러 선까지 내려왔다.

1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86.5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런던ICE선물거래소의 10월물 브렌트유는 92.34달러에 장을 마쳤다. 두 달 만에 가격이 30%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최근의 국제 유가 하락세는 원유 큰 손인 중국의 경제 부진 영향 탓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7월 산업 생산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8% 증가했지만 시장 전망치인 4.3%에 미치지 못했다. 7월 소비 판매도 시장 전망치(5%) 절반 수준인 2.7%로 나타났다.

중국의 정유 제품 생산량이 지난 2020년 3월 수준으로 돌아간 것도 국제 유가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중국의 정유 제품 생산은 하루 1253만 배럴로 코로나19 사태 초기 이후 최저치다.

이 탓인지 수익률은 유가 상승 관련 ETF가 조금 더 좋다. ETF들의 한 달 수익률을 보면 △삼성KODEX WTI원유선물 2% △미래에셋TIGER원유선물 1.86% △삼성WTI원유 1.52% 등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8.69% 상승한 걸 고려하면 훨씬 못한 수치다. 인버스 ETF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삼성KODEXWTI원유선물인버스 △미래에셋TIGER원유인버스선물은 각각 2.97%, 3.19% 하락했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원유시장 내 높아진 수요 불안이 공급 부족 우려를 완화하고 있기는 하나 유가가 연초 수준으로 내려가기 위해서는 동유럽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나 공급 여건의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며 “그러나 공급 여건의 변화는 부재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허리케인 시즌이 본격화된다는 점도 원유공급 불확실성을 높인다”며 “허리케인이 걸프만 지역을 지나가면 원유 및 정유·화학제품들의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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