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고인돌 유적으로 알려진 경남 김해 구산동 지석묘(고인돌) 유적(경남도기념물 280호)이 김해시의 정비 공사 과정에서 일부 핵심 부분이 훼손된 되면서 국가사적 지정이 어렵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은 7일 “지난달 29일 지석묘 훼손 민원을 접수한 뒤 1일 공사 중지와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며 “5일 현지 조사를 실시한 결과, 박석(얇은 돌)과 그 아래 청동기시대 문화층이 있는데도 김해시가 매장문화재법을 위반하고 무단으로 현상변경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석묘의 묘역을 표시하는 역할을 했던 박석은 지석묘 유적의 일부로 알려졌다.
훼손된 부분은 지석묘 아래 박석(얇고 넓적한 돌)과 그 밑에 있는 청동기시대 문화층이다. 훼손된 유적의 원형 복구가 불가능하며, 핵심이 뭉개진 만큼 국가사적 지정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매장문화재가 있는 지역 내에서 현상을 변경할 경우에는 별도로 문화재 보호대책을 수립하고 그에 따른 조사를 이행해야 하며, 만약 박석을 들어낼 때는 사전에 문화재청으로부터 발굴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것이다.
문화재청은 “훼손 범위를 파악할 수 있는 발굴조사를 시행하고, 위법 사항에 대한 법적 조치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해시는 6일 해명자료를 내고 “경상남도 문화재이기 때문에 경상남도의 현상변경 허가만 받았다”며 문화재청과 협의 없이 공사한 점을 인정했고, 박석을 하나하나 손으로 빼 고압 세척과 표면 강화처리를 한 뒤 그 자리에 다시 넣었다고 해명했다.
2006년 김해 구산동 택지지구개발사업 당시 발굴된 구산동 지석묘는 덮개돌인 상석(上石)의 무게가 350t이고 높이는 3.5m, 길이 10m이며 고인돌을 중심으로 한 묘역이 1615㎡에 이르는 대형 유적이다. 학계는 이 유적이 세계 최대 규모의 고인돌인 것으로 보고 있다. 김해시는 발굴 당시 예산 확보가 어려워 다시 흙을 채워 보존했으나, 사적 지정을 추진하면서 2020년 12월부터 복원·정비 사업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