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코노미] “자폐인도 사랑할 수 있을까”...편견 깨는 ‘러브 온 더 스펙트럼’

입력 2022-08-05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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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코노미는 넷플릭스와 왓챠 등 OTT(Over The Top) 서비스에 있는 콘텐츠를 통해 경제와 사회를 바라봅니다. 영화, 드라마, TV 쇼 등 여러 장르의 트렌디한 콘텐츠를 보며 어려운 경제를 재미있게 풀어내겠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러브 온 더 스펙트럼: 미국’ 스틸컷. (출처=넷플릭스 제공)
“사람은 다 달라요. 자폐 스펙트럼이든 아니든. 그래도 우리가 원하는 건 같아요. 인간적인 존중과 이해, 그리고 사랑받는 거죠”

애니메이션 회사를 운영하는 26세 여성 대니. 그녀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졌다. 그러나 비장애인들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자폐인들의 모습과는 다르다. 사업체를 운영할 정도로 유능한 그녀는 언제나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친다. 남들과 의사소통을 하는 데도 문제가 없고, 외모도 잘 가꾼다.

운명적인 사랑을 찾는 대니는 원하는 이상형이 있다. 애니메이션에 대한 지식과 애정이 있어야 하고, 경제적인 능력 또한 갖춰야 한다. 그러나 이상형은 이상형일 뿐. 대니는 소개팅 상대로 나온 솔로몬을 보고 첫눈에 반해 사랑을 고백한다. 처음 만난 날 키스를 한 두 사람은 데이트를 이어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두 사람은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대니는 경제적인 조건을 갖추고, 자신처럼 애니메이션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 자신과 더 맞을 것 같다고 판단하고 솔로몬에게 이별을 고한다. 그녀는 새로운 사랑을 찾기 위해 또 다시 소개팅에 나선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러브 온 더 스펙트럼: 미국’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러브 온 더 스펙트럼: 미국’ 포스터. (출처=넷플릭스 제공)
‘러브 온 더 스펙트럼’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성인 남녀들이 사랑하는 이를 찾는 과정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다. 2020년 7월 호주편이 넷플릭스에 처음 공개된 이후 호평을 받으면서 시즌2까지 제작됐다. 올해 5월에는 미국에서 촬영한 ‘러브 온 더 스펙트럼: 미국’이 공개됐다.

최근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가 인기를 끌면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커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우영우를 보면서도 한편으로는 의문을 품는다. 자폐인도 사랑할 수 있을까. 스스로 자(自), 닫을 폐(閉)라는 뜻처럼, 자폐는 사회적인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보이는 것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러브 온 더 스펙트럼: 미국’ 스틸컷. (출처=넷플릭스 제공)
‘러브 온 더 스펙트럼’은 우영우 속 러브라인이 픽션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다큐는 자폐인들이 타인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통념을 깬다. 이들도 사랑을 원하고,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출연자들은 여느 비장애인들처럼 여러 사람을 만나며 나와 맞는 사람을 찾고,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고 싶어 한다. 사랑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보다도 진심이다.

물론 그들에게 사랑이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다큐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이들의 연애는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의 노력을 들여야 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타인과의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상대를 이해하고, 마음을 나누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큐에는 이들을 돕는 연애 코칭 전문가 제니퍼도 등장한다. 그녀는 출연자들에게 데이트에서 상대방을 만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러브 온 더 스펙트럼: 미국’ 스틸컷. (출처=넷플릭스 제공)
그러나 이들이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문득 깨닫게 된다. 이들의 사랑도 비장애인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사랑이 어려운 건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다. 누구나 첫 만남을 앞두고 긴장하고, 의도치 않은 실수를 하기도 한다. 나와 맞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 이별을 통보하기도 하고, 진심으로 마음을 줬음에도 상대에게 거절당하기도 한다. 그들이 겪는 사랑의 과정은 비장애인들이 겪는 그것과 다르지 않다.

우영우를 통해 자폐증의 실제 명칭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사실이 대중에 알려졌다. ‘러브 온 더 스펙트럼’을 본다면 왜 ‘스펙트럼’이라는 용어가 붙었는지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출연자들은 모두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졌지만 그 양상은 매우 다양하다. 사람들 앞에서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는 이도 있고, 대니처럼 고기능 자폐 장애를 가진 이도 있다. 심지어 출연자들의 연애를 코칭하는 제니퍼 또한 사실 자폐를 앓고 있는데, 출연자들의 부모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러브 온 더 스펙트럼: 호주’ 스틸컷. (출처=넷플릭스 제공)
우영우는 극 중에서 아버지에게 “저는 결혼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폐가 있으니까요”라고 말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연애와 결혼이 쉽지 않은 건 사실이다. 2017년 미국 유타대학교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인 자폐 환자 16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단 5%만 결혼 이력을 갖고 있었다. 조사대상 중 75%는 데이트 경험도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러브 온 더 스펙트럼’은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미국편에서는 두 커플이 탄생했고, 호주편에서는 한 커플이 결혼식을 올렸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이들도 사랑할 수 있냐고? 어쩌면 조건을 우선으로 따지는 비장애인들의 사랑보다 이들의 사랑이 더욱 순수하고 열정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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