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란은행 기준금리, 27년 만에 0.5%p 인상
총재 “지금 안 잡으면 더 심해질 것”
경기 침체 위기까지...5분기 이상 지속될 수 있어
사상 최악의 경기침체에 직면한 영국이 사상 최고치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사상 최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다.
4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영란은행(BOE)이 27년 만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1.75%까지 올랐다.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는 “인플레이션에 매우 큰 충격을 받고 있다”며 “생활비 압박이 심하다는 것을 알지만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더욱 나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BOE는 더 빨리 공격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잡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물가는 치솟는데 금리가 물가상승률을 따라잡는데 역부족이란 이유에서다.
BOE도 다른 중앙은행들처럼 지난해 12월부터 지금까지 6회 연속 금리를 올렸다. 다만 다른 중앙은행이 빅스텝,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할 때 BOE는 금리 인상폭을 0.25%p로 일정하게 유지했다.
영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9.4%였다. 이미 40년 만에 가장 가파른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제 BOE는 10월쯤 물가상승률이 13.3%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전 전망치인 11%보다 높아졌다.
BOE는 이에 대해 물가상승의 원인이 외부적인, 통제 불가능한 요소라고 반박했다. 베일리 총재는 “우리는 사후적으로 정책을 만들지 않고, 우크라이나 전쟁은 예상되거나 예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영국의 물가 상승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식품, 에너지 가격이 오른 영향이 컸다. BOE는 일반적인 가정의 경우 10월까지 에너지 비용으로 매달 약 300파운드(약 48만 원)를 지불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물가를 잡기 위한 금리 인상은 대출 금리를 높여 개인의 소비 여력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영국 경제가 진퇴양난에 빠진 가운데 BOE는 올해 영국 경제가 경기침체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베일리 총재는 “에너지 가격의 상승은 시민들의 실질 소득을 악화시켰고 영국과 나머지 유럽 지역에 또 다른 악재를 가져왔다”며 “영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둔화됐고, 올해 말 경제가 침체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BOE는 올해 4분기부터 경기 침체에 접어들어 5분기 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BBC는 지금 예상되는 경기 침체가 영국의 은행 시스템이 붕괴됐던 2008년 이후 가장 긴 경기 침체가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