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병원 간호사 죽음 문제의 본질은”...실명 밝히고 작심 비판한 의사

입력 2022-08-04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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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승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출처= 분당서울대병원 홈페이지)
지난달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진 뒤 같은 병원에 수술 가능한 의사가 없어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숨진 사건을 두고 현직 의사가 “본질을 봐달라”며 호소했다.

3일 방재승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뇌혈관 외과) 교수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해당 사건을 다룬 KBS 유튜브 뉴스 영상에 장문의 댓글을 달았다.

방 교수는 사건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충격적인 일”이라면서도 “댓글을 보면 그 큰 병원에 학회와 지방 출장으로 부재중이어서 수술을 할 의사가 없는 것에 공분해 의사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내용이 많아 나이 50대 중반의 뇌혈관 외과 교수로서 참담한 심정으로 말씀드린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사건의 본질은 우리나라 ‘빅5’ 병원에 뇌혈관외과 교수가 기껏해야 2~3명이 전부라는 현실이며, 그 큰 아산 병원도 뇌혈관 외과 교수는 2명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 교수는 “그날은 머리를 여는 개두술이 필요했는데, 이를 할 수 있는 (뇌혈관 외과)의사가 병원에 없으니 뇌혈관내시술 교수가 파장이 커질 것을 각오하고서라도 간호사를 살리려고 서울대병원으로 보내서 수술을 하게 된 것”이라며 “그날 아산병원의 당직 의사는 본인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한 것이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큰 아산병원에서 뇌혈관 외과 교수 달랑 2명이서 1년 365일을 퐁당퐁당 당직을 서며 근무를 하고 있다“며 “나이 50 넘어서까지 인생을 바치며 과로하면서 근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의사도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라 실력 있는 의사가 되려면 세계학회에 참석해 유수한 세계적인 의사들과 발표하고 토론해야 수준이 올라간다”며 “의사의 해외학회 참석을 마냥 노는 것으로만 보시지 않으셨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뇌혈관 외과의 경우 수술 위험도와 중증도에 비해 의료수가가 낮게 책정돼 있어 자라나는 젊은 의대생들의 지원이 낮고 신경외과 전공의들조차도 4년을 마치고 나면 현실의 벽에 절망해 대부분 척추 전문의가 된다“고 했다.

이어 “그나마 뇌혈관외과의사를 전임의까지 트레이닝시켜 양성하면 대부분 머리 열고 수술하지 않는, 내혈관내시술 의사의 길을 선택한다”면서 “40대 이상의 실력 있는 뇌혈관외과의사는 고갈돼 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현실은 밤에 국민들이 뇌출혈로 급하게 병원을 찾았을 때 실력 있는 뇌혈관 외과 의사의 수술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은 전국에 거의 없다는 것”이라며 “국민들도 ‘중증의료분야 지원, 뇌혈관외과분야 지원’ 이야기가 나오면 ‘의사들 밥그릇 논쟁’이 아니라는 것을 아시고 힘을 실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또 누구 책임자를 처벌하고 끝내는 식이 아니라, 뇌혈관외과 의사를 보호하고 실력 있는 후학을 양성할 제도 개선이 근본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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