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공기관 수술, 도덕적 해이 악순환 끊어야

입력 2022-08-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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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개혁에 본격 시동이 걸린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공공기관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주문한 데 이어, 정부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조만간 ‘관리체계 개편 방안’도 발표할 예정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부터 노동·교육·금융·서비스 등과 함께 공공부문 구조개혁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혁신 가이드라인은 공공기관 기능과 예산, 조직·인력, 복리후생, 자산 등 전반에서 강하게 허리띠를 졸라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민간·지자체와 겹치는 기능 및 비핵심 사업, 기관 간 유사·중복 업무는 축소 또는 통폐합하고, 하반기 경상경비와 업무추진비 등 예산을 10% 이상 절감하면서 보수체계도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키로 했다. 비대한 인력 감축과 함께 조직을 슬림화한다. 불요불급 자산을 매각하고 과도한 청사 및 사무실도 정비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공공기관이 방만 경영과 비효율의 대명사가 된 것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지난 5년 폐단이 심화했다. 350개 공공기관의 인력 규모는 현재 44만3000명인데, 2016년 32만8000명에서 11만5000명(35%)이나 늘었다. 부채 또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기획재정부 진단에서, 2016년말 499조 원이었던 부채는 작년말 583조 원으로 84조 원 급증했다. 사실상 나랏빚이다. 지난해 공공기관 절반에 해당하는 170곳이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수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공기업이 2017년 5개에서 2021년 18개로 증가했다.

공익을 지키면서 효율적 경영으로 적정 이윤을 내야 하는 시장형 공기업들도 탈(脫)원전, 비정규직 제로 같은 잘못된 정권 시책의 총대를 멨다. 전문성이나 경영능력 없는 정치권 인물들의 낙하산과 보은, 코드 인사가 만연했고, 이들은 노조의 길들이기와 결탁해 자리를 보전하면서 무책임한 경영을 일삼았다. 부실 경영과 도덕적 해이로 이어져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손실만 키웠다. 대형 공기업인 한국전력과 6개 발전 자회사, LH(한국토지주택공사), 석유공사, 철도공사 등이 한결같이 심각한 재무위험에 빠진 상태가 말해 준다. 그러면서도 해마다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정부는 공공기관 관리체계 개편을 통해 책임경영의 수준을 높이고, 경영평가에서 재무성과 비중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방만 경영을 차단하면서 부채비율 등 재무건전성을 개선해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제도의 수술만으로 개혁에 한계가 있다. 최대 걸림돌은 기득권의 저항이다. 공공기관 ‘철밥통’ 노조의 반발은 말할 것도 없고,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이 아직 다수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 개혁의 발목을 잡을 리스크다. 공공기관 투명경영과 책임경영을 통한 효율 제고도 중요하지만, 나아가 시장형 공기업에 대한 민영화와 경쟁체제 도입의 그림을 그려야 한다. 부실경영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는 민간기업은 시장에서 반드시 퇴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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