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운의 혁신성장 이야기] 민생안정 금융대책과 세제개편안의 엇박자

입력 2022-07-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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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최근 정부가 새로운 경제정책을 연일 내놓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나서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로 국내 경제가 요동치는데도 민생을 돌보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이를 일거에 불식시키려는 듯 파격적 금융대책과 세제개편안을 발표하였다.

7월 14일 발표된 민생안정 금융대책은 금리 상승에 따른 소상공인·가계·청년·서민의 부채 상환 부담을 경감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영업 부진에 시달린 소상공인의 대출 원금을 감면해 주기 위해 30조 원 규모의 새출발기금을 설립하는 것이 핵심이다.

소상공인 차주를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여 90일 이상 연체하는 부실차주에 대해서 60~90%의 원금을 과감히 감면시켜주고, 금융부담 과다 차주는 장기저리로 대환해주며, 정상 차주에게는 금융권이 자율적으로 90~95%를 만기연장·상환유예 해주는 것이다. 그밖에, 청년층의 신속한 회생과 재기를 위해 저신용 청년에게도 상환유예와 이자감면의 조치를 취하는 청년특례 채무조정도 포함한다. 이와 같은 금융대책에 대하여 부실차주일수록 혜택이 커져 성실상환을 위축시키는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것이며, 정부의 부담을 민간에게 전가하는 반시장적 조치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어서 일주일 뒤인 7월 21일에 발표된 세제개편안에는 13조 원이 넘는 세금감면 방안이 담겨 있다. 세금을 깎아줘 국민의 세금 부담을 줄이고 기업의 투자의욕을 촉진한다는 의도이다. 세제개편안의 감세 규모는 총 13조1000억 원으로 법인세가 6조8000억 원, 소득세가 2조5000억 원이다.

문재인 정부 때 25%로 올라간 법인세 최고 세율을 22%로 낮추어 100여 개 기업이 2조5000억 원 감세 혜택을 받는다. 특례 법인세율(10%)의 적용을 과표 2억 원에서 5억 원으로 상향하여 10여만 개의 중소기업이 2조원 가까운 감세 효과를 본다.

세제개편안에서 가장 두드러진 내용은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매출액 4000억 원에서 1조 원으로 확대하고 공제한도를 500억 원에서 1000억 원으로 늘린 부분이다. 가업승계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사전·사후요건도 대폭 완화하였다. 중소기업이 오랫동안 염원하던 가업승계제도 개선안이 대부분 수용되었다.

이처럼 파격적 조세정책은 민간의 투자 및 소비 여력을 증대하여 ‘경제성장-세수증대’의 선순환 고리를 구축하려 한다는 긍정적 평가와 동시에 부자 감세로 양극화를 확대한다는 부정적 평가도 받고 있다.

민생안정 금융대책과 조세개편안은 같으면서도 다르다. 우선 공통점은 둘 다 돈을 쓴다는 것이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민간에 돈을 푸는 것이 같다. 약간의 차이는 금융대책은 민간에게 돈을 푸는 것이고 세금대책은 민간의 돈을 줄여주는 것이다. 두 대책은 모두 재정적 부담을 키운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민생 금융지원은 재정뿐 아니라 민간에게도 부담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긴급대출에 대하여 정부가 만기연장·상환유예를 해주었는데 앞으로는 은행이 알아서 해주라는 것이 명분은 자율이지만 실질은 관치이다. 한국 금융의 병폐인 관치금융의 그림자가 자유시장 경제를 주창하는 현 정부에서도 짙게 깔리고 있다. 은행이 이자수익을 많이 내기 때문에 채무자의 원리금 경감을 분담해야 한다는 명분은 궁색하다. 재정건전성을 최소한으로 손상하면서 민생안정을 최대한 확보하는 궁여지책이라는 논리가 더 설득력이 있다.

코로나19로 피폐해진 소상공인의 몰락을 방지하기 위해 신속하고 전격적인 금융지원을 제공해야 한다는 시급성은 인정한다. 하지만 정부가 시장논리에 반하는 방향으로 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지금까지 세제를 과도하게 규제 수단으로 활용하여 조세원칙이 훼손된 것에서 탈피하여 민간의 세 부담을 줄인다는 세제개편안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조세감면이 경제성장으로 연결되어 세수증대의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불확실하다. 조세감면에 더하여 규제완화와 혁신성장의 정책이 병행되어야 선순환의 구조가 자리 잡을 수 있다.

일주일 간격으로 발표된 두 대책의 결이 다르고 엇박자가 드러난다. 하나는 시장논리에 역행하고 다른 하나는 시장논리에 순응하는 입장을 취한다. 자동차 운전에서 전진기어와 후진기어를 동시에 넣은 것과 같다. 과연 정부의 경제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감을 잡을 수 없다. 윤석열 정부에 붙은 ‘무능’이라는 딱지를 떼려고 예상을 뛰어넘는 대책을 넣다가 무리한 흔적이 보인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의 경제대책은 일관성 있는 방향으로 좀 더 정교하고 체계적으로 수립되어 공표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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