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좀비기업 급증...금리인상 후폭풍에 줄도산 우려

입력 2022-07-28 17:36수정 2022-07-2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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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기업 비율 16%로 늘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
금융시장 발전 선진국, 좀비기업도 많아
내년 파산 기업, 21년 대비 26% 증가 전망

전 세계적으로 대출 이자도 못 갚는 ‘좀비기업’이 대폭 증가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완화 추세가 지속되면서 기업 수익성이 낮아도 부채 조달이 쉬웠던 영향이다. 좀비기업 양산은 세계 경제에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사상 최고치 인플레이션을 제압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면서 줄도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28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퀵·팩트셋의 데이터 분석 결과 2021년 북미·유럽·아시아 주요국에서 금융을 제외한 상장기업 2만4000개사 가운데 약 16%에 해당하는 3900곳이 좀비기업으로 나타났다. 좀비기업은 설립 연수 10년 이상 기업 중 ‘이자 및 세전 이익(EBIT)’이 3년 연속 대출 이자를 밑도는 곳을 말한다. 좀비기업 비율은 리먼 쇼크 직전인 2007년보다 6%포인트 상승하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리먼 사태 이후 시장이 안정을 되찾은 가운데 금융당국의 기조는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기울었다. 수익률이 낮은 기업들도 금융기관 문턱을 넘기가 쉬워진 것이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면서 좀비기업 비중은 더 확대됐다. 코로나발 경제위기를 막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이지머니(easy money)’ 정책에 박차를 가하면서 기업들의 부채 의존도가 심화했다.

국가별로 좀비기업 비중은 캐나다가 32%로 가장 많았고 호주(23%), 인도(20%)가 뒤를 이었다. 기업 수는 미국(606개), 유럽연합(661개)이 많았다. 이들 지역은 금융시장이 발달해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도 회사채 발행이 용이하다.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들도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좀비기업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가운데 올해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기관들이 통화 긴축과 경기둔화를 우려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 환경이 더 빡빡해지고 있어서다.

세계 최대 증권거래소 기업인 인터컨티넨탈익스체인지(ICE)에 따르면 부도 위험이 높은 회사채 평균 금리와 미 국채 금리 차이(스프레드)는 26일 기준 약 5.8%로 작년 말 이후 2%포인트 확대됐다. 금융정보회사 레피니티브 분석 결과 올 2분기 저신용등급 회사채 발행 규모는 약 293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6% 감소했다. 분기 기준 약 11년 만의 최저치다. 대출로 연명하는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급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는 셈이다.

파산하는 기업들도 생겨나고 있다. 미국 대형 화장품 기업 레브론은 6월 중순 파산을 신청했다. 5년 연속 EBIT가 지불 이자를 밑돈 상황에서 코로나까지 덮치자 결국 버티지 못했다. 프랑스 신용보험회사 알리안츠트레이드는 내년 세계적으로 파산하는 기업 수가 2021년 대비 26%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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