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파업' 협상이 진전을 이루고 있지만 '손해배상 소송' 청구로 난관에 봉착했다. 하청업체 노조는 대우조선해양에 손해배상 관련 소송을 제기하지 말라고 요구했지만 경영진이 소송을 취하할 경우 '배임죄'로 처벌받는 수 있어 협상 타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2일 노동계와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금속노조 거제ㆍ통영ㆍ고성 조선하청지회(하청지회)는 임금 원상회복(30% 인상) 요구를 사실상 철회했다.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사협의회(협력업체 측)는 올해 임금 4.5% 인상안을 제시했고 하청지회는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금 인상에서 의견을 모았지만 협상은 여전히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하청지회가 대우조선해양과 협력업체에 손해배상 관련 소송을 제기하지 않아야 한다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ㆍ협력업체가 하청지회 요구를 흔쾌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실정이다. 법적 대응을 하지 않으면 불법 파업에 대한 나쁜 선례가 남는 데다, 하청지회 요구를 받아들이면 주주에게 손해를 끼쳐 ‘배임죄’로 처벌을 받을 수 있어서다. 하청노조가 옥포조선소 1독 반건조 선박을 불법 점거하면서 대우조선해양은 현재까지 7000억 원이 넘는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원청과 하청은 피해 규모가 크고 이해관계가 복잡해 소 청구 취하를 일괄적으로 수용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업무 방해 행위가 분명 있었고 욕설도 난무했는데 아무런 대응 없이 넘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모든 걸 수용한다 하더라도 향후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형법 제355조 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를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해 본인에게 손해를 끼친 때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이 임의로 손해 면책 여부를 판단하기 힘들 뿐 아니라 불법행위로 손해를 입고도 책임을 묻지 않으면 배임에 해당한다는 의미다. 다만 통상적인 노사 합의 과정에서 손배소를 취하하는 경우가 많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양측은 대안으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도 소송 대상을 하청지회 집행부 5명으로 한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5명에게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면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법률자문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대안에 양측이 합의하더라도 협력업체 등 다른 이해관계자가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법과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사업장 점거 등 불법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두고 "국민이나 정부나 다 많이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라며 공권력 행사도 시사했다. 이찬우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은 "협상을 해야 하는 시점에서 공권력을 투입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