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조합장 사퇴에도 ‘깜깜이’ 전망…정상화위 “집행부 사퇴 강행”

입력 2022-07-18 18:00수정 2022-07-1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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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와 갈등 빚던 조합장 사퇴
공사재개 여건 마련" 평가 있지만
정상화위 "집행부 존속 위한 꼼수
전원 새로 뽑아야" 강경입장 고수
갈등 여전…사태 장기화 불가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단지에 타워크레인이 멈춰서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 진퇴양난에 처했다. 김현철 둔촌주공 조합장이 자진 사임하면서 겉으로는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과 조합 간 직접 갈등의 원인이 해결된 모양새지만, 속은 곪을 대로 곪은 상태다.

당장 다음 달 만기가 돌아오는 7000억 원 규모 사업비 연장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김 조합장을 제외한 현행 조합 집행부는 여전히 건재한 만큼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는 평가다. 조합 정상화위원회 역시 “새 조합 집행부 선출 및 공사재개”를 강조하는 상황이라 사태 장기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김 조합장은 전날 조합원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사퇴 사유와 관련해 “현 조합 집행부가 모두 해임된다면, 조합 공백 사태를 피할 수 없어 결심하게 됐다”며 “시공사업단은 저의 사임을 계기로 사업 정상화에 박차를 가해달라”고 당부했다.

업계 안팎에선 김 조합장이 공사 중단 사태가 길어지면서 사업비 연장과 공사 중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자 자진해서 사퇴한 것으로 해석했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김 조합장은 14일까지만 하더라도 “사업비 7000억 원을 상환할 수 있는 새 대주단 구성에 전력을 다했고 최종적으로 주간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 관련 확정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대출 기관과 조건 등은 밝히지 않아 신빙성이 낮다는 여론이 쏟아졌다.

또 시공사업단이 공사 중단 이유로 김 조합장을 꼽은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시공사업단은 4월 20일 서울시에 “현 조합 집행부와 전문위원을 신뢰할 수 없다”며 “공사를 지속할 계약·법률적 근거가 없으므로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시공사업단과 직접 갈등을 빚은 김 조합장이 사퇴한 만큼 시공사업단이 공사를 다시 시작할 여건이 마련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사업 정상화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당장 현 조합장과 집행부 해임을 추진 중인 ‘둔촌주공 조합 정상화위원회’(정상화위)는 김 조합장의 사퇴는 ‘시간 끌기’라고 비판했다. 정상화위는 조합장과 조합 집행부 해임 후 새 집행부를 선출해 공사를 다시 시작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현재 해임 발의서를 취합 중이며 다음 달 중으로 해임 총회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정상화위는 18일 추가 입장문을 내고 “(김 조합장 사퇴는) 조합원의 해임 의지에 제동을 걸고 집행부 존속을 위해 시간을 끌겠다는 의도가 명백하다”며 “정상화위는 현 조합부의 사업 추진 동력과 신뢰는 붕괴한 만큼 새 조합 집행부 선출 등 안건 처리를 위한 총회 소집에 협조해 달라”고 했다. 조합장 사퇴에도 조합 집행부가 여전히 건재한 상황에선 공사재개가 불가능하므로 예정대로 해임안 처리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재차 강조한 셈이다.

건설업계 관계자 역시 조합장 사퇴만으로는 사태 해결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조합 집행부의 상가 쪼개기 문제 언급이나 사업비 대출 고금리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김 조합장이 물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자 물러난 것 아니겠냐”며 “결국 정상화위의 새 집행부 구성과 서울시 중재안 합의 등이 빠르게 진행돼야만 사태가 해결될 것이고, 그래야만 일반분양 등 일정을 진행해 조합원의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지상 최고 35층, 85개 동, 1만2032가구를 짓는 서울 내 최대 규모 재건축 사업이다. 일반분양 물량만 4786가구에 달한다. 현재까지 공정률은 52%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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