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초강세’에 아시아 증시 자금 엑소더스 심화...한국서만 21조 유출

입력 2022-07-1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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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초강세에 아시아 통화 가치 하락
올해 아시아 주식시장서 94조원 외국인 자금 유출
한국서만 21조원 빠져나가
추가 자금 이탈 가능성

▲글로벌 통화가 놓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달러화 가치가 초강세를 이어가면서 아시아 신흥국 주식시장의 자금 유출이 악화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수인 ‘MSCI 일본 제외 아시아’ 지수는 2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지수는 올해 들어서만 20% 넘게 하락했다. 이 지수의 10개 업종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대규모 글로벌 투자자금이 아시아 신흥국을 빠져나온 여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신흥국 주식시장에서만 710억 달러(약 94조 원)어치의 외국인 자금이 이탈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유출 규모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미국 달러화 가치는 치솟고, 신흥국 통화가치가 상대적으로 급락한 것이 아시아 시장 자금 엑소더스의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달러화 강세는 시장의 위험자산 선호도가 낮다는 신호로 해석되며,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의 경제 성장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아시아 주요 국가별 올들어 외국인 순매수·매도액. 단위 10억 달러. 왼쪽부터 대만, 인도, 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출처 블룸버그.

한국과 대만도 예외는 아니다. 블룸버그는 기술주 중심인 한국과 대만 주식시장도 글로벌 채권 금리 상승과 경기침체 우려 역풍으로 밸류에이션과 수요 전망 측면에서 악영향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한국과 대만의 대표 지수 외국인 순매도 금액은 올해에만 총 500억 달러가 훌쩍 넘는다. 이중 한국증시의 올해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160억 달러(약 21조2000억 원)에 달한다.

수출 의존도가 낮은 신흥국가의 경우 현지 통화 약세가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물론 국가 재정에 타격을 주고 있다. 달러 강세·자국 통화 약세로 기업과 정부 모두 달러 표시 채권에 대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인 인도다. 인도는 달러 강세 영향으로 경상수지와 재정적자 확대되자 루피화 가치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달 강세를 보였던 중국 주식시장도 이번 달 급락세를 면치 못하며 아시아 전체 시장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시장에서 추가로 대규모 외국인 자금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아시아의 인프라와 주택시장, 주식시장 등 자산시장의 금리 민감성이 커서 달러 강세 영향을 더 크게 받기 때문이다.

뉴욕에 있는 헤지펀드 아이언홀드캐피털의 싯다르트 싱가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해외자금 유출이 거대한 홍수로 바뀌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매우 변덕스러워 매우 빠르게 들어오고 나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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