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실거주 할거야” 집주인에 강제로 내쫓기는 세입자들만 ‘전전긍긍’

입력 2022-07-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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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거주 이유로 계약갱신 거부
작년 분쟁조정 307건…2배↑
손해배상 관련 분쟁도 급증세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서 12억 원에 전세로 거주하는 A 씨는 내년 3월 계약 만기를 앞두고 고민이 깊다. 갱신을 요구할 예정인데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거절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전셋값과 금리가 크게 올라 부담이 가중된 상황이라 인근 월세를 구할지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집주인 B 씨는 계약만료를 앞둔 세입자가 갱신권을 사용하겠다고 알리자 실거주하겠다며 이를 거절했다. 세입자는 집주인에게 정당한 계약갱신 거절 사유가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결국, B 씨는 세입자에게 보증금 1000만 원과 함께 이사비용 300만 원을 지급하고, 계약을 마무리하는데 합의했다.

시행 2년을 맞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 등 3가지 주요 내용을 담아 ‘임대차3법’으로 불린다. 계약갱신청구권제는 세입자가 임대차 계약을 한 차례(2년) 더 갱신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계약갱신 시 전월세상한제를 통해 임대료 인상 폭도 5%로 제한했다. 전월세신고제는 임대차 거래도 매매와 마찬가지로 체결 이후 30일 이내에 담당 지자체에 신고하도록 했다. 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임대차2법)는 국무회의 의결 당일이었던 2020년 7월 31일 곧바로 시행됐고, 전월세신고제는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해 6월 시행됐다.

앞선 사례처럼 임대차3법으로 인해 오히려 전세 거주자들이 월세 시장으로 밀려나고 있다. 법 개정 후 전세 계약 갱신 당시 5% 이내에서 보증금을 올렸던 집주인들이 4년치 보증금 상승분을 한꺼번에 올리면서 전셋값 부담을 느낀 세입자들이 월세를 찾아 떠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월세 거래량이 급증하는 반면, 전세 거래량은 추락하고 있다.

1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서울에서 월세가 낀 아파트 임대차 거래량은 이날까지 4만2087건이다. 이는 2011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상반기 기준으로 가장 많은 것이다. 서울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 낀 계약이 차지하는 비율도 올해 상반기 39.9%를 기록하며, 지난해(35.8%)보다 4.1%p 올라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반면 전세는 전체 임대차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1%로 역대 최저를 나타냈다.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된 탓으로 보인다.

집주인과 세입자 간 임대차 계약갱신 여부를 놓고 갈등도 커지고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계약갱신·종료 관련 분쟁 조정 접수 건수는 307건으로 2020년 154건 대비 약 두 배 많아졌다. 올해는 6월 기준 132건이 접수됐다. 손해배상 관련 분쟁 접수도 2020년 116건→2021년 278건→2022년 상반기 309건 등 상승세다.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실거주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 집주인과 세입자 간 서로 신뢰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현재 1심 재판에서도 실거주 요구에 의한 해지통보가 유효하지 않다는 결론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입법을 할 때 권리관계를 좀 더 구체적이고 예측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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