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코노미]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돌싱글즈’로 보는 이 시대의 이혼

입력 2022-07-0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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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코노미는 넷플릭스와 왓챠 등 OTT(Over The Top) 서비스에 있는 콘텐츠를 통해 경제와 사회를 바라봅니다. 영화, 드라마, TV 쇼 등 여러 장르의 트렌디한 콘텐츠를 보며 어려운 경제를 재미있게 풀어내겠습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인간은 판단력이 부족해 결혼하고, 인내력이 부족해 이혼하고, 기억력이 부족해 재혼한다”

20세기 프랑스 극작가 아르망 살라크루가 남긴 것으로 알려진 말이다. 한 세기가 지난 지금도 회자될 정도로 공감을 얻는 명언이다. 물론 요즘 시대에 인내력이 부족해 이혼한다는 말에는 동의하기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기억력이 부족해 재혼한다는 말은 여전히 유효한 것 같다. 이들을 보면 말이다.

이혼 경력이 있는 남녀 8명이 ‘돌싱 빌리지’에 모였다. 돌싱(돌아온 싱글)에게 주어진 룰은 오직 하나. “사랑에 빠지라”는 것이다. 이들은 5박 6일 동안 합숙하며 마음 맞는 짝을 찾는다. 여기서 끝나면 싱겁다. 한 번 갔다 온 이들인데 잠깐의 설렘에 속을 순 없지 않은가. 매칭된 커플은 본격적인 동거를 시작한다. 동거를 통해 이 사람과 다시 사랑해도 될지 알아보는 것이다.

▲MBN ‘돌싱글즈3’ 포스터. (사진제공=MBN)

돌싱이라는 것을 당당히 밝히고 방송에 나왔지만, 그렇다고 이혼의 상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방송에서 각자의 이혼 사유를 공개한다. 상대방의 외도부터 경제적 문제까지 하나같이 아픈 기억들이다. 분명 상처를 겪은 이들이지만 다시 용기 내 사랑을 찾아간다. 마치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MBN의 연애 리얼리티 ‘돌싱글즈3’다.

‘돌싱글즈3’는 이혼 경력이 있는 남녀의 데이트와 동거를 다룬 예능이다. 지난해 7월 첫 시즌을 시작한 돌싱글즈는 실제 재혼 커플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지난달 새롭게 시작한 시즌3도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넷플릭스, 티빙, 쿠팡플레이 등 각종 OTT 플랫폼에도 인기 순위 상위권을 유지 중이다.

과거 이혼은 사회적 낙인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인식의 변화로 이혼을 대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최근 방송가에서도 이혼은 가장 인기 있는 소재로 떠올랐다. ‘우리 이혼했어요’, ‘결혼과 이혼 사이’,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등 이혼을 다루는 프로그램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혼 예능은 이혼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며 인식의 변화를 이끈다.

▲MBN ‘돌싱글즈3’ 스틸컷. (사진제공=MBN)

이혼은 이제 생소한 일이 아니다. 통계청의 ‘2021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조이혼율(인구 1000명당 이혼 건수)은 2.0건으로 이혼 건수는 약 10만2000건에 달한다. 같은 해 결혼한 부부가 약 19만2000쌍인 걸 감안하면 그 절반이 넘는 부부들이 돌싱으로 돌아간 것이다. 한국의 이혼율은 전 세계적으로도 높은 편에 속한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조이혼율 평균(1.7건)을 웃돌았고, OECD 회원 38개국 중에서는 9번째로 높았다.

평균 이혼연령은 남자의 경우 50.1세였고, 여자는 46.8세로 집계됐다. 남자의 연령별 이혼율은 40대 후반이 1000명당 7.4건으로 가장 높았다. 여성의 경우 40대 초반의 이혼율이 1000명당 7.8건으로 가장 높았다. 눈여겨 볼만한 점은 황혼이혼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한해 대부분 연령대의 이혼율이 감소했지만 남녀 모두 60세 이상의 이혼율만 증가했다.

결혼생활 중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혼을 선택 가능한 대안으로 여기는 경향은 우리 사회에 점차 일반화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9년 기혼여성 1만120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부부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면 이혼하는 게 낫다’는 의견은 72.2%였다. ‘자녀가 있어도 이혼할 수 있다’는 답도 67.1%에 달했다.

▲MBN ‘돌싱글즈3’ 스틸컷. (사진제공=MBN)

더 이상 이혼은 사회적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개인의 행복을 위한 하나의 선택으로 여겨진다. 다만 이혼 후에도 자녀 양육 등의 문제는 두 사람이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부부 관계에는 종점을 찍더라도 자녀의 아빠, 엄마라는 사실은 변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돌싱글즈에서도 자녀유무와 양육 여부는 출연자들의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된다. 자녀 유무를 모를 때 호감을 표현하던 출연자가 상대방이 자녀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변심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자녀를 양육하는 참가자는 자신처럼 자녀를 둔 참가자에게 호감을 느끼기도 한다. 결혼 전의 만남과는 사뭇 다른 점이다.

돌싱글즈는 기혼자는 물론 미혼자들에게도 인기다. 기혼자들이 돌싱글즈를 보며 대리만족을 느낀다면, 미혼자들은 결혼 생활을 미리 가늠해볼 수 있다. 결혼은 여전히 인륜지대사 중의 하나다. 그러나 불행한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일도 없다. 이혼 역시 더 나은 인생을 위한 중요한 선택이다. 사랑 앞에 다시 한번 용기를 낸 ‘돌싱’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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