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는 왜 화가 났을까?…마야 작가, 국가 간 입양 허상 폭로

입력 2022-07-0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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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자신이 수입품이었기에 화가 난다.
여자는 자신이 수출품이었기에 화가 난다.

▲마야 리 랑그바드 작가가 7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그 여자는 화가 난다'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마야 리 랑그바드. 1980년 한국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 덴마크로 입양됐다. 여성이자 레즈비언이며 작가이자 번역가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서울에 거주하며 친부모와 처음 재회했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더욱 고민하는 시간을 보냈다. 그 고민의 결과물이 바로 이 책 ‘그 여자는 화가 난다’이다. 마야는 책을 통해 입양을 돈벌이 수단으로 산업화하는 국가 간 입양의 모순과 허상을 폭로한다.

7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그 여자는 화가 난다’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마야는 “책을 쓰는 과정이 나를 입체적으로 분노하게 했다. 그래서 책을 쓰는 데 7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마야가 말하는 국가 간 입양의 불편한 진실은 그것이 공급과 수요를 바탕으로 산업화됐다는 사실이다.

그는 “새로운 가정을 만든다는 점에서 국가 간의 입양을 좋은 일로만 인식한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입양인으로서 겪게 되는 어려움도 많다는 것을 책을 쓰면서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마야가 책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문장은 “화가 난다”이다. 제목 역시 그렇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화는 단순한 분노가 아니다. 사회를 좀 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건강한 분노다.

마야는 “책을 이끌었던 가장 큰 요소 중 하나가 분노였다. 분노는 잘 다스려지지 않을 때 파괴적인 영향이 있다. 하지만 분노를 잘 굴리고, 그것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 학습할 때 긍정적 힘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책은 형식도 특이하다. 사회 고발적 성격의 내용이지만 르포나 에세이가 아닌 장시(長詩)의 형식이다. 시와 소설의 경계에 있는 책의 형식에 대해 마야는 “하이브리드 장르”라고 명명한다.

그는 “하이브리드 장르를 의식적으로 차용한 건 아니다. 집필 과정에서 유기적으로 일어났다. 산문가이자 시인인 나의 여러 정체성이 한 곳에 모인 결과물”이라며 “전복적인 시도가 중요했기 때문에 소설이지만 시에 가깝다. 언어를 시각화하고 싶었다. 기존에는 없었던 장르로 가고자 했던 노력이 중요했다”고 밝혔다.

앞선 언급처럼 그는 입양인이면서 레즈비언으로서의 정체성도 갖고 있다. 어디에도 쉽게 편입될 수 없는 소수자로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마야는 “덴마크에서도 한국에서도 늘 소수자였다. 나의 자리는 항상 바깥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관찰하고 배우게 되는 지점들이 있었다”며 “나의 비주류성을 자랑스럽게 여기면서 그것을 증명하는 글쓰기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기자들의 질문에 활짝 웃는 마야 작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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