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계 "유류세 인하 소용없어…유가연동보조금제 등 대책 절실"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농어업용 면세유 가격도 천정부지로 올라 농민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1년 전과 비교해 가격이 2배 이상 뛰면서 농업 현장에서는 유가연동보조금 등 지원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6일 기준 면세 경유 평균판매가격은 리터당 1675.16원으로 지난해 6월 평균 798.96원과 비교하면 109.6%가 올랐다.
면세 경유 가격은 지난해 8~9월까지 리터당 800원 선을 유지하며 안정세를 보였다. 하지만 10월에 900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한 올해 2월에는 1000원을 넘어섰고, 이후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면세 휘발유와 등유도 상황은 비슷하다. 면세 휘발유 가격은 6일 기준 리터당 1535.70원으로 지난해 6월 평균 770.39원에서 2배 이상 올랐고, 면세 등유도 지난해 6월 평균 리터당 749.06원에서 1478.67원까지 급등했다.
면세유 가격 고공행진은 농가 경영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농가구입가격지수'에서 1분기 영농광열비(2015년 100 기준)는 142.7로 2020년 87.1, 2021년 108.6에 비해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농가 비용 지출 가운데 기름값 비중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다.
한 마늘 농가는 "농번기에 대형 트랙터를 집중적으로 사용하면 2~3일마다 경유 1000리터를 사야 하는데, 면세유 가격이 올라 추가 부담이 수백만 원에 달한다"며 "최근 인건비, 비료값도 많이 올라 농사 지어봐야 정작 남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때문에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이달부터 유류세 인하폭을 30%에서 37%로 확대하는 등 고유가에 대응하고 있지만 면세유는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농업계 관계자는 "농업분야도 국제유가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았지만 면세유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대책에서 제외되고 있다"며 "코로나19 손실보상금도 제대로 못 받았는데 이제는 유가 혜택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어업 분야에 도입하는 유가연동보조금을 농업계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유가연동보조금은 기름값이 기준단가(리터당 1100원)보다 오르면 초과분의 50%를 한시 지원하는 것으로 올해 추가경정예산에서 800억 원이 편성됐다.
농업계 관계자는 "고유가 상황이 지속될 경우 가을철 수확기, 겨울철 시설농가의 부담이 대폭 늘어날 수밖에 없어 유가연동보조금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며 "비료값 인상분 지원 등 지자체 차원의 사업을 면세유에도 적용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