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네가 있어 내가 있는 ‘K-농업’의 ‘우분투(Ubuntu)’ 정신

입력 2022-07-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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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농촌진흥청 차장

아프리카의 한 부족을 연구하던 인류학자가 아이들을 모아놓고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진 나무 옆에 놓아둔, 딸기가 가득 담긴 바구니까지 가장 먼저 간 아이에게 딸기를 모두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딸기를 차지하기 위해 뛰어가리라 생각했던 인류학자의 예상과는 달리 아이들은 손을 잡고 함께 딸기 바구니로 향했다. 왜 그렇게 행동했느냐는 질문에 아이들은 합창이라도 하듯이 ‘우분투(Ubuntu)’라고 외쳤다고 한다.

‘우분투’는 ‘우리가 함께 있기에 내가 있다’라는 뜻이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타인을 돌아보면서 천천히 가는 것이 한가롭고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분투’는 함께 사는 공동체 사회를 지향하는 정신문화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실제로 ‘우분투’는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 대통령과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데스몬드 투투 성공회 대주교에 의해 주도된 인종 차별정책 철폐의 뿌리가 된 사상이다.

한국전쟁 이후 최빈국으로 공적개발원조(ODA)를 받던 나라가 다른 나라에 공여를 제공하는 첫 번째 사례가 우리나라라는 사실을 많은 사람이 알 것이다. 우리나라의 ODA 사업은 순 지출 기준으로 2017년 22억 달러에서 2020년 22억9000만 달러로 4년간 4.2% 증가했다. 농촌진흥청도 2009년부터 국가별로 필요한 농업기술을 지원하고 농업 생산성 향상을 위해 22개국에 ‘해외농업기술개발센터(KOPIA)’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48개국과는 대륙별 공통 농업 현안 해결을 위해 ‘농식품기술협력협의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KOPIA와 ‘농식품기술협력협의체’ 사업은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지역의 식량안보 및 소농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해 왔다. 10년이 조금 지난 현재 그간의 땀과 노력이 열매를 맺으면서 세계 곳곳에서 한국의 농업기술이 접목된 성공담이 전해지고 있다.

KOPIA 사업을 통해 에콰도르의 고산지에 전파된 한국산 무병 씨감자 생산 기술은 현지 농가의 감자 생산량을 40%까지 증가시키는 데 이바지하였다. 베트남에서는 누에품종 개발과 뽕나무 묘목 공급으로 농가의 소득을 증대시키는 성과를 거두었고, 캄보디아의 종자 자립화 과정에는 한국 기술로 개발된 옥수수 신품종(CHM01)의 역할이 컸다.

또한, ‘농식품기술협력협의체’는 ‘아프리카벼연구소(AfricaRice)’와 협력하여 아프리카 5개국에서 현지 적응성이 높은 벼 11개 품종을 개발하였으며, 중남미 6개국에서도 가뭄에 강한 프리홀(강낭콩의 일종) 9품종을 선발하였다. 아시아에서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협력하여 토양 유기탄소 지도를 제작하는 등 세계 곳곳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리고, 그간의 성공을 바탕으로 농촌진흥청의 ODA 사업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이내에 우리의 100가지 농업기술을 전 세계 100만 ㏊에 보급하여 5000만 명 이상에게 식량을 공급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있다.

ODA 사업은 수혜자들에게 물고기를 잡아 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농촌진흥청은 그동안 국가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농업기술 보급에 주력해 왔다. 그러나 이제 ODA 사업은 단순한 기술 원조의 차원을 넘어서 UN의 지속 가능한 발전목표(SDGs) 달성 부흥에도 노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수혜국의 농업 현장에 특화해 개발되고 검증된 농업기술을 협력국 내의 다른 지역, 다른 협력국 및 공여국 사업의 마중물로 제공하고, 농촌진흥청 ODA 사업의 성과확산과 지속성 확보 및 지식 공유를 확대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코사족의 속담처럼 이제 농촌진흥청의 ODA 사업은 ‘우분투’의 정신을 우선시해야 한다. 수혜국을 동정의 시각으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함께 손잡고 나가는 동반자로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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