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환구 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인문학 분야와 자연과학 분야의 두 문화를 가르는 장벽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자연과학 분야 내부에서도 과학문화와 기술문화를 구분하는 내부 장벽을 느낄 때가 있다. 과학은 기술을 설명하고 기술은 과학이론을 응용하여 새로운 제품과 장비를 만들어 서로를 밀고 끌어가기 때문에 과학기술이라는 용어가 보편화한 현실을, 우리의 인식은 따라가지 못하기도 한다. 한 예로, 한국이 선진국임을 보여주는 여러 지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학 분야 노벨상이 아쉬운 우리는 우수한 기초과학 논문에서만 그 답을 찾으려고 한다. 심지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국인 학자가 응용연구에 편중되어 있음을 염려하기도 한다.
노벨상은 인류에게 가장 큰 혜택을 준 사람에게 주는 상으로 논문을 발표한 기초과학자에게만 돌아가지는 않는다. 노벨상 수상자 통계를 보면, 자연현상을 새로운 과학법칙으로 설명하여 논문으로 발표한 사람만큼 많은 수의 응용연구 수행자가 있다. 이들 응용연구 수행자들은 질병 등 당대의 인류 앞에 놓여 있던 어려운 기술적 과제를 해결했고, 그 결과를 특허로 등록받았다. 발명이 특허받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이어야 하므로 특허문서는 최초로 제출되는 기술문서이고, 따라서 노벨상의 업적은 상당수가 특허를 통해 처음 공개된 것이다. 노벨상조차도 논문과 특허를 구별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기초과학자가 출원하는 특허와 응용연구자가 발표하는 논문의 수도 점점 더 늘고 있다. 이런 현상이 더 일반화되어 보편적인 인식으로 확산되면 과학과 기술을 구분하는 내부 장벽은 사라지게 된다. 자연과학 내부의 장벽부터 치우고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나누는 두 문화 간 장벽을 이야기하자.
문환구 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