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정거 차에 놀라 혼자 넘어진 아이…대법 “그래도 운전자 잘못”

입력 2022-06-30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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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횡단보도 근처에서 무단횡단하던 보행자가 급정거한 차량 때문에 놀라 넘어졌다면 운전자 잘못이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30일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트럭 운전기사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A씨는 2020년 4월 경기 고양시 일산에 위치한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근처를 건너던 B양(당시 9세)을 발견하고 급정거했다. B양은 급정거한 차량에 놀라 넘어져 오른쪽 무릎을 다쳤다. 사고 직후 A씨는 차에서 내려 몸 상태를 물었고, B양은 “괜찮다”고 답한 후 걸어갔다.

이후 A씨는 절뚝이는 B양에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현장을 벗어났다. 그러나 B양은 부모에게 다리와 무릎 통증을 호소했고, 병원에서 전치 2주의 상해를 진단받고 치료받았다.

검찰은 A씨가 B양에게 상해를 입혀놓고도 적절한 구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뺑소니에 해당한다고 봤다. 1심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해 A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무죄로 판단을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주의의무를 다했다면 피해아동의 존재를 좀 더 일찍 인식하고 넘어지는 일을 방지할 수 있었는지 알 수 있는 자료가 없다”면서 “피해자가 차랑 직접 부딪힌 게 아니라 넘어지면서 상해가 발생한 걸로 보이므로 A씨가 서행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의 무죄선고가 잘못됐다며 또다시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운전자가 통상 예견되는 상황에 대비해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 교통사고의 원인이 됐다면, 비록 보행자가 자동차 급정거에 놀라 도로에 넘어져 상해를 입은 경우라고 해도 업무상 주의 의무 위반과 교통사고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타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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