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사상 최고가인 6만9000달러를 기록했던 비트코인이 이달 중순부터 70% 가까이 하락한 2만 달러 부근에서 횡보 중이다. 한때 1만7000달러대까지 폭락했지만, 다시 2만 달러를 회복하며 지루한 장세가 펼쳐지고 있는 비트코인에 대해 자산 기능을 상실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가치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란 암울한 전망까지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비트코인의 움직임에 관심이 집중된다.
주식이나 부동산 등 전통 자산시장이 70%가량 하락했다면, 미래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가상자산(암호화폐·코인) 시장은 70%가 아니라 90% 이상 폭락까지도 딛고 일어난 독특한 시장이다.
예컨대 비트코인은 2017년 12월 최고 2만 달러(바이낸스 기준)를 찍고 1년간 하락하면서 3100달러 선까지 하락했다. 고점 대비 84% 빠졌지만, 3년 이후 2000% 상승했다.
그러나 투자자 입장에선 3분의 1토막 난 자산에 대한 공포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런 심리를 반영하듯 비트코인을 공매도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까지 등장했다.
투자상품 제공업체 프로셰어스는 21일 ‘프로셰어스 숏 비트코인 스트래티지(BITI)’를 출시했다. 비트코인 하락에 베팅하는 미국 최초의 ETF다. 상품을 구매하면 비트코인이 하락할수록 수익이 난다.
이 상품에 대한 업계의 시선은 탐탁지 않다. 가상자산 운용사 반에크의 가버 거백스 가상자산 전략 총괄은 “롱 현물 비트코인 ETF를 승인하기 전에 숏 비트코인 선물 ETF를 상장하는 것은 고객 보호에 어긋난다”며 “규제는 공정하고 논리적이며 고객 보호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락에 하락을 거듭할수록 비트코인 회의론자들의 입김은 세지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비트코인 회의론자인 피터 시프 로퍼시픽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비트코인이 2018년 최저점도 지키지 못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을 냈다. 그는 “이전 약세장의 저점인 3000달러도 지지선도 지키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흥국 투자 귀재’로 불리는 월가의 베테랑 투자자 마크 모비우스도 “비트코인 투자자들이 아직도 매수를 논의한다는 것은 희망이 있다는 뜻”이라며 “이는 바닥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는 가상자산이 가치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전부터 가상자산에 내재가치가 없다고 경고해왔다”며 “비트코인은 실용적인 결제 수단이 아니라, 과거 발언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비트코인의 가치를 부정하는 비관론자들의 발언이 주목받고 있지만, 여전히 희망을 가진 이들도 있다.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대다수 온체인 지표가 비트코인의 바닥을 가리키고 있다”며 “이 구간에서 통합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확실하진 않지만, 비트코인 가격이 0에 수렴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 한 지금 가격대에서 큰 숏 포지션을 오픈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가상자산 전문매체 코인텔레그래프는 글래스노드 데이터를 인용해 “비트코인 메이어 멀티플이 0.5를 기록하면서 가격이 바닥에 가까워졌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메이어 배수가 1을 밑돌면 가격이 200일 이동평균보다 낮다는 것을 의미하며, 2.4를 웃돌 경우 시장이 과열된 것으로 해석한다. 배수가 낮을수록 장기적인 매수 효과가 클 가능성이 높다. 메이어 멀티플이 0.5를 기록했다는 건 현재 BTC 가격이 200일 단순이동평균(SMA)보다 50%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의미다.
스위스 가상자산 금융 서비스 기업 비트코인스위스 이사 길스 키팅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레버리지 포지션을 활용하며, 이들의 증거금 청산이 시장 움직임의 큰 요인이다”라며 “일각에서는 시장이 바닥을 찍지 않았으며 추가 청산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지만, 비트코인의 반등이나 이더리움의 두 자릿수 반등은 대부분의 매도가 완료됐으며 지지가 형성되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