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직된 주52시간·연공성 임금에 칼 빼든 尹정부…노동계 “노동지옥 문 열렸다”

입력 2022-06-23 13:54수정 2022-06-23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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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다양한 현장 수요에 맞게 주 52시간제 유연화
공정한 보상위해 임금체계 직무·성과 중심으로
노동계 “노동시간 무한대로 늘려”..법개정 미지수

정부가 23일 발표한 ‘노동개혁 추진 방향’의 핵심은 주 52시간 유연화를 위한 근로시간 개편과 직무·성과 중심으로의 임금체계 개편이다. 현재 경직된 주 52시간 운영과 연공중심의 임금체계가 급변하는 노동환경을 따라가지 못하는 데다 우리 경제 성장과 혁신을 저해하고, 공정하게 보상받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더이상 늦출 수 없다"(추경호 경제부총리)는 판단에 따라 과감한 구조개혁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근로시간 개편 필요성에 대해 “현행 주 최대 52시간 제도 유지는 현장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IT·SW 분야 등 새로운 산업 발달과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기업별·업종별 경영여건이 복잡해진 만큼 이에 맞춰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워라밸이 중시되면서 일하고 싶을 때는 일하고 쉬고 싶을 때는 쉴 수 있도록 근로시간을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해달라는 요구도 반영한 것이다.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

정부는 주 최대 52시간제 기본 틀 속에서 노사 합의를 전제로 모두 업종·직무에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주 단위’에서 ‘월 단위’ 바꿔 근로시간을 유연화한다. 여기에 초과근로시간을 저축해서 유급휴가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독일식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과 근로자 편의에 따라 근로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범위(현 1개월) 확대도 추진한다. 정산 범위는 연구개발(3개월)에 맞추거나 1년 확대가 거론된다. 이를 통해 생산량이 많은 시기에 근로시간을 늘려 기업의 생산 효율을 높이고, 생산량이 적은 시기에는 근로시간을 줄여 근로자의 휴식권을 확대하겠다는 게 골자다. 물론 합의를 전제로 하지만 근로자가 원치않는 노동을 강요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무성과 중심으로의 임금체계 개편 필요성에 대해 이 장관은 “연공성 임금체계는 ‘공정성’을 둘러싼 기업 구성원 간 갈등과 기업의 생산성 저하, 개인의 근로의욕 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년 근로자가 더 오래 일하기 위해서는 임금체계의 과도한 연공성을 줄여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우리나라 임금체계는 연공성이 강하다. 근속 30년 이상 근로자의 임금은 근속 1년 미만 근로자의 2.87배에 달한다. 정부는 풍부한 임금정보를 제공하는 ‘한국형 직무별 임금정보시스템’ 도입 등을 통해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확산 방안을 추진한다.

정부의 이러한 방침에 노동계는 경영계의 소원수리를 들어 주는 것에 불과하다며 즉각 반발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정부 방안은 주 52시간제를 무력화해 노동시간을 무한대로 늘려 노동자의 과로사를 부추기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직무 성과급제 확대도 노동자 간 경쟁을 부추겨 갈등을 조장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리 좋으면 공무원 사회부터 전면 도입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범위 확대 추진에 크게 반발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선택적 시간근로제는 주 62시간이라는 상한이 있는 탄력근로제와 달리 ‘일간, 주간 노동시간의 상한 제한’이 없어 정산기간을 평균해 주 12시간을 넘지 않으면 일 24시간, 주 120시간 노동이 가능하다”며 “이는 무한수탈, 노동지옥의 문이 열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의 노동개혁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노동계 설득이 어려운데다 입법도 쉽지않다. 정부는 주 52시간 유연화 방안 추진을 위해 올해 하반기 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지만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제동을 걸면 법안 통과가 어렵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정부의 개혁 방향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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