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중국몽 어디로] ‘명나라의 함정’에 빠진 시진핑, ‘제로 코로나’에 사그라지는 중국몽

입력 2022-06-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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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코로나’, 명나라 ‘제로 페스트’ 정책과 유사
시진핑, 2020년 강력한 초기 봉쇄 조치로 '나 홀로' 경제 성장 경험
명 왕조, 감염병 확산 저지 이후에도 쇄국 정책 이어가
“억압받은 민심, 정권 기반 무너뜨린 원인”

▲사진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패럴림픽 표창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베이징/AP뉴시스

중국 ‘경제 수도’ 상하이의 도시 봉쇄가 6월 초 공식 해제됐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기조는 변함이 없다. 실제로 상하이 일부 지역에서는 다시 봉쇄 조치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 같은 극단적인 제로 코로나 정책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중국몽’이 사그라지고 있다고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진단했다.

중국 밖 우려의 목소리는 크다. 미국과 유럽 보건 전문가들은 물론 그간 특정 국가의 보건 정책에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세계보건기구(WHO)도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의 폐해를 지적하기에 이르렀다. 도시 봉쇄라는 극단적인 조치가 지속 가능하지 않은 데다, 인권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제로 코로나 정책’의 이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100만 명이 넘은 미국에 비교하면 중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수나 감염자 수는 훨씬 적다. 또한, 의료 체계 붕괴를 막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은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특히 감염자 수가 다른 국가에 비해 극히 적다는 점은 치명적인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그만큼 코로나19에 대한 면역이 없는 국민 비중이 높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한 감염병 전문가는 닛케이에 “중국은 사실상 아무도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던 2019년에 유사한 상태에 있다”면서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에 매우 취약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변이 바이러스 예방에 효과적인 서구 개발 백신을 사용하면서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중국 안팎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의 전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시진핑 주석은 정책 고수 의지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시 주석은 WHO의 비판이 나오기 직전인 지난달 5일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우리의 방역 방침을 의심하고 부정하는 언행에 대해 단호히 싸울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시 주석은 왜 이처럼 ‘제로 코로나 정책’에 집착할까.

시 주석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는 깊은 속내에는 명나라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닛케이는 시진핑 주석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과거 명나라의 흑사병(페스트) 차단 정책인 이른바 ‘제로 페스트’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명나라는 1368년부터 약 300년에 걸쳐 이어져 온 왕조다. 건국 당시 명나라는 자국에 흑사병이 맹위를 떨치자 이동과 교역을 제한하는 ‘제로 페스트’ 정책을 펼쳤다. 이를 통해 명나라는 감염 확산세를 잡는 데 성공했으며, 이후 강력한 중앙 통제형 통치 스타일 통해 거대 제국을 이룩했다.

오카모토 다카시 교토부립대 교수는 “명 왕조는 감염 확산을 저지하고, 세계 경제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이후에도 쇄국에 가까운 정책을 취했다”면서 “시 주석은 이러한 명 왕조 스타일을 차용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내세운 이른바 ‘중국몽’과 폐쇄적인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지구촌에서 고립을 자처하는 시 주석의 현재 모습은 명나라와 흡사하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실제로 시진핑 정부는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했던 2020년 초기 강력한 봉쇄 조치로 전국 확산을 억제하고 나 홀로 높은 경제 성장을 이룩했다. 이를 통해 중국 정부는 사회주의가 감염자 폭증에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민주주의 체제보다 우월하다고 적극적으로 선전했다. 이 때문에 지금에 와서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하면 자칫 서방에 밀리는 듯한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어 중국 정부로선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닛케이는 진단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시 주석이 명나라의 성공 사례뿐만 아니라 실패로부터도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명나라는 엄격한 중앙 통제로 왕권을 강화할 수 있었지만, 이로 인해 억압받은 민심은 결국 왕조의 기반을 무너뜨린 원인이 됐다.

오카모토 교수는 “시 주석이 지난 10년간 이어온 강경 노선은 (명 왕조와) 비슷한 혼란을 초래하는 리스크를 높일 수 있다”면서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코로나19 사태를 해결한다 해도 과도한 통제가 시민들의 불만을 사 사회의 안정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고음은 이미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지난달 베이징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이동 제한에 대한 항의하는 시위를 열었다. 최근 경제 지표들도 모두 경기 둔화를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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