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압박' 선봉 공정위, 규제 혁파 조력자로 나선다

입력 2022-06-1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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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이투데이DB)

'민간 주도 성장' 새정부, 공정위 '본연의 역할' 정상화
불명확한 심사지침 등 개선으로 기업 활력 제고 지원

윤석열 정부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정책 기조가 크게 바뀐다. 전 정부에서 대기업집단 경제력 집중 억제를 위한 재벌개혁과 갑질 차단 등의 공정경제 실현을 위해 규제ㆍ감시에 주력했으나 새 정부에선 기업 규제 혁파를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는 ‘공정’이라는 경제운용 기조가 담겼다.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되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도 병행한다는 내용이다.

공정위와 연관된 내용은 불공정행위 관리·감독 강화와 법 위반 시 엄단조치다. 이는 공정위가 기본적으로 해온 일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라는 의미다. 전 정부에서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기업집단국 설치 등을 통한 재벌개혁과 갑을 관계 개선 등의 공정경제 실현에 주력해왔던 역할을 사실상 내려놓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공정위가 주도하는 공정경제 관련 조직 및 회의가 폐기된 게 단적인 예다. 기업에 대한 규제를 풀어 민간 주도 성장을 추구하는 새 정부의 정책기조에선 공정경제 기조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공정위는 새 정부 정책 기조에 맞춰 규제 완화를 지원해주는 역할에 나선다.

새 정부는 경제법령상 형벌이 기업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하지 않도록 행정제재 전환와 형량 합리화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를 담당할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에 공정위가 참여한다.

공정위는 또 공정거래법과 관련해 심사지침 개정을 통해 대기업집단 계열사 부당지원 및 총수 일가 사익편취 행위에 대한 규제 적용·예외인정 범위를 명확화할 방침이다. 정상가격, 지원금액, 효율성 증대 등 예외인정 요건 등의 불명확한 기준을 객관적 기준으로 바꿔 사업자가 법 위반 여부를사전에 판단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다. 이는 재계 요구 사항이다.

독과점 사업자로 불리는 시장지배적 사업자 기준도 상향조정한다. 현재는 연매출액 또는 구매액 40억 원 이상 사업자 중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인 1개 사업자 또는 시장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인 3개 사업자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분류한다. 해당 사업자가 신규 사업자 진출 제한 등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를 하면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는다. 시장지배적 사업자 기준을 상향하면 공정위의 감시 대상이 줄어들 게 된다. 동일인(그룹 총수)의 친족범위 조정 등 대기업집단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새 정부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와 관련해 민간 자율규제기구를 구성해 플랫폼·소상공인·소비자가 상생할 수 있는 자율규제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 거대 플랫폼들이 스스로 공정거래 질서 확립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 정부에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을 통해 거대 플랫폼을 규제하려던 공정위가 방송통신위원회 등과 조력자로 나선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정부에서 공정위는 기업을 옥죄는 이미지가 강했다”면서 “공정위의 본연의 역할은 담합 등의 불공정행위를 제재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해소해 자유로운 시장경제가 잘 작동하는데 있다. 새 정부가 공정위의 원래 역할을 충실하도록 되돌린 것은 긍정적이라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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