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요란한 제재 비웃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

입력 2022-06-14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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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칩 수요 증가에 힘입어 성장
작년 해외 반도체 생산장비 주문 58% 급증
미국 제재 늘어날까 주문량 일부러 늘리기도
미국 내부선 중국 제재 늦어지고 있다고 불만 터져나와

▲세계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대중국 매출 증가율. 출처 블룸버그통신

중국 반도체 산업이 미국 제재에도 계속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중국의 해외 반도체 생산장비 주문이 58% 증가했다고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를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은 해당 분야에서 2년 연속 최대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 미국이 자국 반도체 산업을 촉진하고 중국을 규제할 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주춤하면서 중국 반도체시장 성장은 더 주목받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미중 경쟁을 다루는 과정에서 핵심 격전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조 바이든 행정부도 중국의 관련 기술 접근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미국이 더 포괄적으로 중국으로의 기술 이전이나 투자를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작년 장비 주문 실적에서도 알 수 있듯 미국과 일본 업체가 선전했지만 중국이 이를 능가했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수요 급증에 따라 미국의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일본의 도쿄일렉트론의 장비 주문 예약 건수가 44%나 늘었지만 중국의 칩 제조업체의 성장은 이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반도체 설비 확보를 위해 시장 가격보다 웃돈을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의 자금 공세로 필요한 장비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미 행정부는 아직까지 개입은 불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상무부는 SMIC를 비롯해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에 대한 일부 공급을 금지하곤 있으나 그 이상의 관여에 대해선 논의하고 있지 않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은 “칩 업계에서 우려가 많은 것을 알고 있고, 조사를 했다”며 “중국 기업에 상품을 판매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시점에서든 특정 회사가 중국 기업을 선호하는 증거를 찾는 즉시 조치를 취하겠다”고 전했다.

미국은 일본과 네덜란드 같은 동맹국들과 협력한다면 대중국 장비 수출을 통제할 수 있는 것으로 본다. 이들은 장비 시장의 약 90%를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도 이러한 사실을 모르지 않는 듯 보인다.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는 시기를 놓치지 않고 장비 주문량을 늘리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가트너의 과라브 굽타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장비 구매를 위해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할 의사도 있다”며 “미국이 언제 규제를 강화할지 모르기 때문에 가능한 많은 장비를 사두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개가 필요하더라도 3, 4개를 주문하는 상황”이라며 “중국에 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주문량 증가로 수혜를 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램리서치 그리고 KLA 등은 중국 현지 인력을 200명 이상 늘리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ASML을 제외한 모든 장비 제조업체들은 지난해 대중국 매출이 전체 매출 증가세를 앞질렀다. 도쿄일렉트론의 대중국 매출은 당사 전체 매출보다 두 배 이상 빠르게 늘었다.

미중 경쟁으로 인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간 ASML과 KLA의 대중국 매출은 각각 3배, 4배 증가했다.

굽타 애널리스트는 다만 “중국에서 장비를 수입하는 많은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 기업이 아니라 단지 현지에서 생산하는 다국적 기업임을 잊어선 안 된다”며 “제조 장비업체들이 TSMC, 인텔, 삼성전자와 같은 세계 3대 반도체 기업보다 우선해 중국에 장비를 판매할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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