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은 25% 폭락
소비 감소로 경기 둔화, 강달러도 기업 실적 악화 요인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증시는 올 들어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이슈로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약 4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 연방준비제도( Fed·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면서 증시가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밸류에이션 부담이 큰 기술주와 성장주 중심으로 급락했다. S&P500은 올 들어 18% 하락하면서 1962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나스닥지수도 25%가량 폭락했다.
미 증시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경제 펀더멘탈이 기업 실적 악화를 부채질하면서 2분기 실적 가이던스를 낮추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1분기 실적은 미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음을 시사했다. 1분기 실적쇼크를 기록한 소매업체 타깃은 과도한 재고를 이유로 2분기 실적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
20년래 최고치로 치솟은 달러도 기업 실적 악화 요인이다. 1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WSJ 달러인덱스는 올 들어 8% 상승했다. 달러가 상승하면 미국 수출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된다. 환율 급등으로 해외에서 번 외화를 달러로 바꿀 때 손에 쥐는 돈이 줄어들기도 한다.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업체 마이크로소프트(MS)는 달러 강세를 이유로 이번 회계연도 4분기(4∼6월) 매출 전망치를 기존 524억∼532억 달러에서 519억4000만∼527억4000만 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MS의 2021 회계연도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이 해외에서 창출됐다.
전문가들도 미국 기업 실적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S&P500지수에 속한 기업들의 2분기 순이익 증가율 전망치를 4%로 예상했다. 4월 전망치 6.6%에서 하향 조정한 것이다.
기업 실적 하향 전망은 증시에 악재다. 모건스탠리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마이클 윌슨은 “기업 실적 악화가 불가피해 증시 약세장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매도세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윌슨은 최근 보고서에서 연준의 긴축 행보와 기업 실적 악화를 이유로 S&P500지수가 3400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10일 종가 기준 13% 추가 하락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