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세상] 당신에게 ‘정태춘’이란? 영화 ‘아치의 노래’

입력 2022-06-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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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여기서 ‘아치’는 구조물의 형식이 아니라 우리가 통상 쓰는 ‘양아치’의 준말이다. 음유시인(요즘은 음유시인이란 말이 남발되어 식상하긴 하지만)으로 알려진 정태춘의 음악 다큐 영화에 하필 이런 저급한 단어를 제목으로 썼을까? 알고 봤더니 정태춘의 신곡 제목이다.

‘때때론 “양아치”라고 불리우기도 하는 그는/ 하루 종일을 동그란 플라스틱 막대기 위에 앉아/ 비록 낮은 방바닥 한구석 좁다란 나의 새장 안에서/ 울창한 산림과 장엄한 폭포수, 푸르른 창공을 꿈꾼다.’(‘아치의 노래’ 가사 중에서)

영화 ‘아치의 노래’는 가수 정태춘이 데뷔 40주년 전국 순회공연 영상을 소재로 그의 삶과 음악과 투쟁을 얘기한다. 그의 노래는 시대의 거리에서 자주 들었던 리듬과 유사하며 다른 노래에서 볼 수 없었던 시적(詩的) 가사로 채워져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평택에서 상경한 후 단숨에 MBC 10대 가수가 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포크’라는 장르의 뮤지션으로 일찌감치 자리 잡는다. 그러나 시대는 그가 아름다운 가사 말과 호소력 있는 목소리의 가수로 머물도록 하지 않았다. 사전검열 철폐 운동, 전교조 합법화 투쟁,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 투쟁, 2016 광화문 촛불시위 등 그늘진 현대사 곳곳에서 그의 노래는 절망을 희망으로 부르는 거리의 가요로 불렸다.

정태춘은 한동안 노래를 부르지 않고 곡도 쓰지 않다가 최근에 다시 노래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음악 인생) 초기에는 개인적인 일기였고, 중반 이후에는 사회적인 일기였고 메시지였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뀐 듯하다. “노래가 일기여야 된다고도 생각하지 않고 메시지여야 된다고도 생각하지 않고, 그냥 정말 좋은 작품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어떤 관습과 권위에도 순응하지 않는 삶을 사는 진정한 자유인.’ ,‘서정적이고 저항적인 노래의 한 극점에서 피어난 꽃.’ ‘그는 나그네이고 투사이고 끝내 시인.’

여러 사람이 이렇게 정태춘을 평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콧날이 시큰해졌던 나에게도 진지하게 물어보았다. ‘삶이 지칠 때 한줄기 바람 같은 노래’라고 답하고 싶다. 그렇다면 당신에게 정태춘이란 무엇인가?

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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