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초점…지난해 해외 주식 투자의 약 90% 차지
낮은 기업 경쟁력·일본 경제 성장 정체에 세계로 눈 돌려
2020년 5월 해외 주식 투자를 시작한 한 20대 일본 회사원은 “세계 경제는 성장이 계속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해외 주식을 축적할 것”이라며 “지난달 미국증시가 급락했지만, 20년 이상 보유할 생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기간 일본 개인투자자들은 해외 주식 투자 비중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일본 국내 주식투자신탁을 통한 해외 주식 순매입액은 8조3000억 엔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그 가운데 미국 주식은 약 90%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닛코리서치센터는 올 들어 4월까지 일본 개인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투자액이 약 1조5000억 엔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같은 기간 미국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액 약 2조1000억 엔(모닝스타 분석)의 70%에 이르는 규모다.
반면 일본 주식에 대한 관심은 희미해지고 있다. 올해 1~4월 일본 주식투자신탁의 순유입액은 3000억 엔에 그쳤다. 순자산 기준 일본 투자신탁상품 인기 랭킹을 살펴보면 미국 하이테크 주식에 초점을 맞춘 ‘얼라이언스 번스타인 미국 성장주’ 등 상위 10개 상품 중 6개가 미국 주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본 주식 중심의 상품은 순위에 하나도 포함되지 못했다.
이렇게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해외로 향하는 직접적인 이유에는 기업 경쟁력의 차이가 있다. 일본증시 토픽스지수에 속한 기업들의 지난 20년간 자기자본이익률(ROE)은 한 자릿수 후반에 그치나 미국증시 S&P500 기업은 10%대 후반에 이른다. 미국은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도 일본보다 적극적이다.
닛케이는 “해외 투자 열기에는 일본의 저성장에 실망한 투자자들의 ‘자본도피’ 기색도 엿볼 수 있다”며 “1990년부터 30년간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20%, 임금은 4% 증가에 그쳤다. 반면 미국은 GDP가 3.5배, 임금은 48% 각각 늘었다. 고령화나 재정악화 등 국가적 과제도 산적해 미래에 불안을 느낀 일본 투자자들이 자산을 해외로 옮기려고 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정권은 저축에서 투자로 전환을 촉구하려 한다. 일본의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 계좌 수는 지난해 12월 말 시점에 약 1800만 개로 5년간 70% 늘었다. 그러나 닛케이는 “근본적인 구조 개혁으로 일본 경제의 힘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이런 투자 장려는 해외로의 자본도피라는 결과로 끝날 수밖에 없다”고 경종을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