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의 ‘창과 방패’...제재 맞서 세탁하고 로켓에 핵 위협

입력 2022-06-0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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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7억 달러 규모 추가 무기 패키지 공개
고속기동 포병 로켓 시스템(HIMARS) 포함
러시아 “미국이 불에 기름 부어” 확전 가능성 경고하며 핵 위협
에너지 제재에는 원산지 인도로 바꿔 대서양 일대 수출

▲사진은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2021년 6월 9일 미국이 고속기동 포병 로켓 시스템(HIMARS)으로 군사 훈련을 하고 있다. 모로코/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미국과 러시아의 ‘창과 방패’ 대결이 심화하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배제했던 무기까지 우크라이나에 지원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핵 위협 카드로 미국에 경고를 보냈다. 미국 주도로 서방 사회가 제재에 나서자 러시아는 원유 원산지를 ‘세탁’해 수출하며 대응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새로운 안보 지원 패키지를 공개했다. 7억 달러(약 8750억 원) 규모 패키지에는 고속기동 포병 로켓 시스템(HIMARS)을 비롯해 대(對) 포병 및 항공감시 레이더,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과 발사대, 4대의 Mi-17 헬리콥터, 15대의 전술 차량, 탄약과 포탄 등이 포함됐다.

특히 HIMARS는 사거리가 최대 80㎞로, 먼저 지원된 M777 곡사포에 비해 성능이 월등하다. 러시아 영토 공격 가능성을 우려해 고심하던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요청을 일정 부분 수용한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사거리가 300km에 달하는 다연장로켓시스템(MLRS) 지원을 요구해왔다.

미국은 이번에 지원하는 무기가 러시아 영토를 공격할 가능성에 선을 그었지만, 러시아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미국이 고의로 불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고 비난했다.

러시아는 핵 카드도 꺼냈다. 러시아 국방부는 “군 장병 약 1000명이 모스크바 북동쪽 이바노보주에서 야르스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대 등을 동원해 핵전력 기동 훈련을 강도 높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지속적으로 무기를 공급하며 압박을 강화하자 러시아가 핵 위협으로 맞선 것이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핵무기가 실제로 사용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국제사회 차원의 논의가 거의 없다”며 “우리는 지금 완전히 새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압박하고 러시아가 응수하는 ‘창과 방패’의 형국은 경제 부문에서도 나타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원산지를 불분명하게 바꾼 러시아산 석유 제품이 수에즈 운하를 거쳐 대서양 일대로 수출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을 틀어막았지만, 여전히 유통 중인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러시아산 원유 유통의 허브 역할을 하는 나라는 인도였다. 인도 에너지 업체들이 러시아산 원유를 싼값에 사들여 정제유 제품으로 탈바꿈한 뒤 심지어 미국에 내다 팔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핀란드 싱크탱크 ‘에너지와 청정공기 연구센터’에 따르면 인도 거대 에너지 기업 릴라이언스인더스트리 소속 유조선은 4월 21일 휘발유 성분인 알킬레이트를 싣고 시카항을 출발, 5월 22일 미국 뉴욕에서 짐을 내렸다.

조사 결과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우크라이나 전쟁 직전 하루 3만 배럴에서 최근 80만 배럴로 수직 상승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인도 정제유 제품의 유럽 수출은 전분기 대비 33%, 미국은 43% 각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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