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물 , ‘빅스텝’ 우려 속 침체하나... “현재가 고점…하반기 갈수록 금리보다 경기 둔화”

입력 2022-06-0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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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물 , ‘빅스텝’ 우려 속 침체하나... “현재가 고점…하반기 갈수록 금리보다 경기 둔화”

귀한 품절남 대접을 받던 ‘한국계 외화 채권(Korean Paper, KP물)’ 발행 시장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KP물이란 국내 기업이 외국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발행하는 외화 표시 채권을 뜻한다.

지난달 17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물가상승률이 분명하고 확실하게 내려가는 것을 볼 때까지 우리는 계속 (금리 인상을) 밀어붙일 것”이라며 6, 7월에도 기준금리를 0.5%포인트씩 올리는 ‘빅스텝(big step)’을 단행할 뜻을 시사했다.

이에 시장 금리가 다시 꿈틀대면서 올해 KP물 발행량(4월 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242억 달러(한화 약 31조 원) 감소한 173억 달러(한화 약 22조 원)로 집계됐다. 이는 예년(2017~2021년 동기간 평균 145억 달러) 수준을 상회하는 수치다.

김준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KP물 발행 위축의 원인으로 금리 상승을 지목했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KP물의 가중평균 발행금리는 2.4%다. 지난해(1.3%)를 1%포인트(p) 이상 웃돈다.

김 연구원은 “올해 4월 이후에도 미국 국채 금리 상승과 크레딧 스프레드 확대 기조는 지속됐다”며 “최근 동서발전, 신한은행 등 주요 기발행 KP물들의 금리 결정 수준을 감안할 때 올해 KP물 발행금리는 3.5%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들의 얼굴에는 주름살이 더 늘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기업들의 자금 조달비용이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시장금리는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내 크레딧 투자심리는 악화되고,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이자는 그만큼 늘어난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최근 국내 외평채 프리미엄이 높아지면서 조달금리들이 다 함께 올라가는 상황”이라며 “여기에 미국 채권 금리까지 올해들어 급등하면서 가산금리와 글로벌 채권 금리의 상승으로 기업들이 부담하게 될 자본 비용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금리 인상에 부담을 느낀 일부 기업들은 KP물 발행 시점을 미루고 있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기업들이 이자 부담에 달러채 발행을 늦추고 있다. 5월 들어 KP물을 발행한 곳은 신용보증기금 한 곳 뿐 ”이라며 “그래도 KP물은 여타 신흥국에서 발행된 달러채에 비해서는 아직까지 선호도가 높다. 예년 수준 발행량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비우량 기업들에게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반적 경기 상황이 좋다면 비우량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가능하지만, 지금과 같은 금리 인상 구간과 경기 하강 사이클에서는 어렵다”며 “연말로 갈수록 비우량 기업들의 가산금리 스프레드는 더 커지고,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전문가 사이에서는 현재를 금리 상단으로 보고 하반기에는 하향 안정화에 접어든다는 예상도 나왔다. 상반기는 물가 상승 우려로 금리 인상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하반기 들어서는 물가 상승보다 경기 둔화가 중심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연구원은 “(금리가) 올라올 데까지 다 올라왔다. 미국 국채 금리 자체가 지금이 고점이라고 보기 때문에 KP 발행 금리도 여기서 더 올라가진 못 할 것”이라며 “지금 4.5%가 상단이고 여기서 내려가도 4.4% 정도로 본다”고 밝혔다.

이어 하반기 금리 인상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연준 또는 한은의 기준금리도 오는 7월까지는 50bp 이상 올리겠지만, 연말로 갈수록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기조도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 연구원 역시 “지금의 기준금리 인상은 물가 안정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하반기 연말에는 물가 수준은 높을 수 있어도, 방향성 자체는 고점을 형성하고 내려가는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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