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나토 확대에 반기 든 이유는

입력 2022-05-2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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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말 나토 정상회담서 핀란드·스웨덴 가입 승인 무산 위험
에르도안, 독립적 입장 강조하며 대선·총선 유리한 고지 모색
터키인 민족주의 성향 부응 의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18일 수도 앙카라 의회에서 열린 집권여당 정의개발당(AKP)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앙카라/로이터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중립국인 핀란드와 스웨덴의 가입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확대에 반기를 들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터키가 나토 회원국 중 유일하게 핀란드와 스웨덴의 가입을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국내 정치 상황과 외교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2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분석했다.

핀란드와 스웨덴이 서방 군사동맹에 가입하려 하는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유럽의 안보 질서를 얼마나 극적으로 뒤엎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터키가 계속해서 반대하면 6월 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담에서 두 중립국의 가입 승인이 무산될 수 있다.

터키는 쿠르드족 분리주의 무장조직인 쿠르드노동자당(PKK)에 대한 지지를 철회해야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승인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3일 스웨덴이 시리아 북부에서 쿠르드족 무장 세력에 공격을 가했다는 이유로 자국에 가한 무기 판매 제한 조치도 해제할 것을 요구했다.

또 터키는 쿠르드족 무장 세력은 물론 2016년 실패한 군사 쿠데타 배후로 지목한 정적 펫훌라흐 귈렌과 연관 있는 수십 명 개인을 자국에 인도할 것을 핀란드와 스웨덴에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반대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두 국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터키 내부에 있다고 FT는 강조했다. 에르도안은 터키를 독립적인 지역 강대국으로 만들고자 하는 열망이 있으며 앞으로 1년 안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와 총선에서 정치적 반대자들을 물리치려는 데 이번 이슈를 이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 D.C 소재 싱크탱크 저먼마셜펀드(GMF)가 3월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터키가 국제 문제에서 가장 긴밀하게 협력해야 하는 국가나 국가그룹은’이라는 질문에 터키인의 33.1%가 유럽연합(EU)이라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의 37%에서 낮아진 것이다. 반면 “터키가 단독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응답은 지난해의 15.9%에서 24.6%로 높아졌다. 미국이나 러시아와 협력해야 한다는 응답도 의미 있게 낮아졌다. 이는 터키 대중이 자국이 국제무대에서 단독으로 움직여야 하며 중국, 러시아 또는 반대로 미국이나 EU와 너무 긴밀하게 협력하지는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만큼 에르도안은 외교정책에 있어서 국내 정치 지형을 크게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크 피에리니 전 터키 주재 EU 대사는 “에르도안이 나토 확대나 서방 국가들의 자국에 대한 불공정한 취급, PKK와의 분쟁 등에서 이슈를 고르는 것은 터키 국민의 민족주의 성향과 잘 어울린다”며 “스웨덴과 핀란드는 그런 전술의 희생양이 됐다”고 설명했다.

FT는 “에르도안이 결국 일종의 타협안을 받아들여 머지않아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에 합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터키와 서방 정부 간 마찰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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