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의 ‘연착륙’이 어려운 이유

입력 2022-05-17 11:17수정 2022-05-1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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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텝 실시한 파월, 연착륙 자신
1994년 1년간 금리 두 배 인상에도 연착륙
인상 시기, 고용상황, 지정학적 상황 등 달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3월 3일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했다. 워싱턴D.C./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초 20년 만에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40년래 최고치로 치솟은 물가를 제압하기 위해 추가 조치도 예고했다. 그러면서 공격적 금리인상에도 ‘연착륙(경기침체 없는 물가 상승 억제)’에 성공한 역사가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과거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3월 “역사가 낙관론에 근거를 제공한다”며 “연착륙 혹은 연착륙스러운 일이 비교적 흔했다”고 말했다.

과거 연준의 금리인상은 경기후퇴로 이어졌다. 그러나 예외는 있었다. 소위 연착륙에 성공한 것으로 1965년과 1984년, 1994년이 대표적이다.

시장에서는 파월의 발언을 두고 연준 머릿속에 1994년이 들어있다고 분석한다. 당시 앨런 그린스펀 연준 의장은 2월부터 1년간 7번에 걸쳐 금리를 3%에서 6%로 끌어올렸다. 두 번의 빅스텝과 한 번의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이 포함됐다.

파월이 금리인상에도 연착륙을 달성한 1994년 상황의 재연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1994년과 올해는 주요한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금리인상 시기에서 현격히 구별된다는 평가다.

우선 그린스펀의 금리인상은 선제적이었다. 경제가 과열될 조짐을 보이자 인플레이션에 앞서 움직였다는 설명이다. 반면 파월은 대응 차원 성격이 강하다. 물가가 40년래 최고치로 치솟은 후 금리인상에 나섰기 때문이다. 경제에 타격을 가하지 않으면서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에 연준의 대응이 뒤처져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고용상황도 다르다. 1994년에는 베이비붐 세대가 고용시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할 때이고 유입 이민자 수도 많았다. 이러한 환경이 풍부한 노동력과 높은 생산성의 배경으로 작용해 금리 인상에도 실업률이 낮게 유지됐다. 올해는 베이비붐 세대가 퇴직을 준비하고 있고 팬데믹 여파로 노동자의 시장 참여율, 생산성이 현저히 낮은 상태다.

1994년은 지정학적 행운이 따른 시기이기도 하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채택됐고 베를린 장벽은 5년 전 무너졌다. 저렴한 상품의 수입이 증가한 시기다. 현재는 코로나19와 전쟁 후폭풍으로 공급망이 붕괴하고 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있다. 세계화가 종말을 향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칼 태넨바움 노던 트러스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그린스펀이 이끈 연준은 상당한 행운의 수혜자였다”며 “현재 연준은 누리지 못하는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착륙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난도는 28년 전보다 훨씬 높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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