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크래커] 폰지 사기 논란 휩싸인 루나 사태…"얼치기 비트코인 고래 털어먹는 과정"

입력 2022-05-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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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달러가 1센트가 됐다."

가상자산 시장 폭락의 원흉으로 루나가 지목되고 있습니다. 50조 원에 달하는 시총을 기록하기도, 스테이블 코인 순위 4위에 오르기도 했던 효자 코인이었는데요. 가격이 99% 폭락하면서 '김치코인'이라 뭇매를 맞기도 했습니다. 가뜩이나 얼어붙었던 가상자산 시장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의 재현이다 등 다양한 비판 또한 이어졌습니다.

전문가들은 예견된 사태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테라(UST)를 지탱하는 루나의 자산성을 유지하는 구조가 취약했다는 것인데요. 지난해 가상자산 호황으로 큰돈을 벌었지만, 금융에 대한 이해도는 낮은 '비트코인 고래'들을 털어먹는 과정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지적 또한 내놓고 있습니다.

▲루나 파운데이션 가드

◇달러~테라~루나로 이어지는 가치사슬…비트코인 폭락 속 속수무책

전문가들은 테라(UST)를 루나가 떠받치는 구조가 빈약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테라는 1달러로 가치가 고정(페깅)된 스테이블 코인입니다. '1테라=1달러' 공식을 유지하기 위해 루나의 물량을 조정합니다. UST의 가격이 떨어지면 투자자는 테라폼랩스에 UST를 예치 후 1달러치의 루나를 받습니다. 그 대가로 최대 20%의 이자를 받는데요. 이처럼 유통량을 조절하며 UST의 가격을 밀어올리는 방식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폭락이 루나의 자산성 유지에 실패한 사례라 분석했습니다. 달러-UST-루나로 이어지는 가치사슬의 전제는 '비트코인의 가격이 우상향을 그릴 것'입니다. 루나 파운데이션 가드(LFG)는 UST와 루나의 가격 유지를 위한 지급준비금으로 약 13억 달러의 비트코인을 예치하고 있었습니다. 가격 방어를 위해 비트코인을 푸는 방식입니다. 최근 미 연준의 긴축 행보와 기준금리 인상 등 유동성이 줄어들며 비트코인의 가격이 추락을 반복하고 있다보니, 비트코인을 풀어도 루나의 가격을 유지할 수 없었습니다.

업계 전문가 A씨는 "페이스북 리브라나 텔레그램의 그램 등 다른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계획도 SEC에서 모두 불허 중인데 지급준비금의 안정성을 어떻게 보장하나"라며 "기초자산으로서의 루나의 자산성 유지가 (사업모델 설계 당시부터) 고려가 안 되고 엉성하게 짜여 있었던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앵커 프로토콜(Anchor Protocol)의 취약성 또한 폭락 유발 요인으로 꼽혔습니다. 투자자가 UST를 예치하면 약 20%에 달하는 이자를 돌려주는 서비스입니다. 시중은행의 이자를 웃돌뿐더러, 디파이 생태계를 구축하는 플레이어로 주목을 받았었는데요. 한편으로는 높은 이자율을 어떻게 유지해야 할지에 대한 걱정 또한 교차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업계 전문가 B씨는 "앵커 프로토콜 자체가 무한 대출이 가능한 구조"라며 "리먼 브라더스 사태에 비견되는 이유도 마치 파생 상품처럼 소규모의 원자본을 가지고 파생상품으로 무한 증식할 수 있어서"라고 분석했습니다.

루나 사태에 폰지 사기 의혹이 제기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분석되고 있습니다. 가상자산 시장이 얼어붙으며 투자자들이 테라 매도에 나서자 루나 가격이 함께 주저앉았는데요. 테라의 가치가 떨어지자 투자자들이 앵커 프로토콜로부터 대규모 인출을 하는 뱅크런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이에 투자금, 투자 가상자산을 다른 투자자에게 돌려막는 소위 폰지 사기가 아니었냐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F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6월 23일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연합뉴스

◇디지털 자산 시장에 드리우는 규제…"비트코인 얼치기 털어먹는 과정"

업계에서는 디지털 자산 시장이 전통 금융에 복속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 또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사태 수습을 위해 외부 금융의 지원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또한 사태 진정을 위해 15억 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 조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문가들은 구제금융의 대가로 가혹한 조건이 이어질 것이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의 중요도가 높아지는 만큼, 해당 서비스를 얹을 수 있는 메인넷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데요. 클레이튼의 대항마로 꼽혔던 테라가 네트워크 메인넷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섣불리 시장에서 이탈시킬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업계 전문가는 "전통 금융 차원에서 메인넷을 구축하는 게 쉽지 않고, 속도ㆍ확장성ㆍ수수료를 모두 갖춘 곳이 흔하지 않다"라며 "솔라나에도 보안 문제가 있고, 이더리움도 고질적인 속도ㆍ수수료 문제가 있다"라고 가늠했습니다.

더불어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규제 또한 강화될 것이라 내다봤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에 대한 규제를 여러 차례 시사해왔는데요. 증권거래위원회(SEC)나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스테이블 코인을 각각 증권과 파생상품으로 간주해 규제할 수 있다고 시그널을 보내왔습니다. 최근에는 디지털 자산을 국가 안보 문제로 간주하고, 스테이블 코인과 NFT(Non-Fungible Tokenㆍ대체불가능토큰)에 대한 규제 체계를 구축해오고 있었습니다.

업계 전문가는 "테라-루나 사건이 상당히 좋은 본보기가 됐을 것"이라며 "미 정부의 스테이블 코인 규제에 대해 반박할 수 없는 사례가 됐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청산 과정에서) 디지털자산 시장에 들어와 있던, 금융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얼치기 아마추어리즘 사람들을 제대로 털어먹고 있다"라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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