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법 사개특위 과제들] ③검찰 ‘대통령령’ 카드 만지작…변수는 ‘헌재’

입력 2022-05-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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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① ‘고발인 이의신청 제외’ 보완해야
② 수사-기소 검사 분리, 악용 우려
③ 소극적인 국회…대통령령 방안도

▲검찰 (뉴시스)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법안(일명 검수완박)에 보완할 부분이 상당하지만 문제는 국회의 의지다. 법안 개정을 두고 여야 이견이 상당했던 만큼 후속 작업에서도 진통이 예상된다. 법안을 추진한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곧 만들어질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서 법안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사개특위에 비협조적이다. 국민의힘에서 활동 중인 한 변호사는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황에서 법안 보완 작업에 나서는 것은 모양새가 우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법안을 반대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국민의힘이 법안 보완작업에 나서는 것 자체가 마치 법안을 인정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헌법재판소 판단을 기다리는 가운데 법안의 문제점을 다듬고 수정하면 자칫 헌재 판단이 합헌으로 기울 수 있다는 계산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국회 사개특위 구성에 난항이 이어지며 법조계는 초조한 분위기다. 지방 부장검사는 “위헌 판결을 기다리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고 3~4개월 뒤 법안 시행으로 큰 혼란이 예상된다”며 “국회가 서둘러 법안을 손보지 않는다면 ‘대통령령’의 포괄적 적용 등 다양한 방법들을 구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대통령령을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앞서의 부장검사는 “최선의 방법은 아니지만 대통령령을 유동적으로 넓게 해석해서 법안에 문제가 되는 부분들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정된 검찰청법 4조(검사의 직무)는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를 ‘부패범죄와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로 명시하고 있다. 여기에 명시된 대통령령을 활용해 고발인의 이의신청 등 문제 소지가 있는 부분을 담아가자는 것이다.

법무부와의 기관협의로 법무부령을 만드는 방법도 제시됐다. 검찰청법 11조(위임규정)는 검찰청의 사무에 관해 필요한 사항은 법무부령으로 정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해 여야가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시한 중재안을 모두 수용한 4월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박병석 국회의장,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이투데이DB)

반면, 이같은 방안들의 경우 입법부 권한을 행정부가 넘어서는 것으로 문제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시행령 등 하위법령에 포괄적 위임이 금지돼 있기 때문에 대통령령으로 무리하게 확대하면 이에 위반할 소지가 있다. 자칫 헌재의 위헌법률심판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모 대학 법대 교수도 “입법부에서 개정할 수 없는 것을 행정부가 편의에 따라 법안을 다듬어온 나쁜 관례가 있다”며 “법률과 시행령, 법 규범은 헌재가 판시한 여러 원칙에 어긋나선 안 된다. ‘입법 명확성’의 원칙이 있기 때문에 대통령령으로 포괄적으로 적용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다만 ‘위헌법률심판’ 가능성에 대해 이 교수는 “법의 흠결을 보완하기 위해 행정부가 시행령으로 땜질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라며 가능성을 낮게 봤다.

대통령령으로 법안의 허점을 보완한다 할지라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선 법조계 관계자는 “대통령령으로 명시된 것은 ‘검사의 직무’ 부분에만 해당하는데 고발인의 이의신청 등 ‘수사 절차’와 관련된 것에는 적용이 어려울 수 있다”며 “적용에 한계도 있고 위헌 소지도 있는 만큼 국회가 사개특위에서 적극적으로 고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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