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고점 대비 50% 넘게 하락
가상자산 침체기 진입 우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글로벌(이하 코인베이스)는 이날 장 마감 후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5% 감소한 12억 달러(약 1조 5300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앞서 팩트셋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 매출액은 15억 달러였다. 여기에 1분기 순손실은 4억2970만 달러(주당 1.98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4월 증시 상장 이후 첫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주당 1센트의 순손실을 예상했던 전문가 전망치보다 훨씬 부진한 성적이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의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개인투자자 거래량이 급감한 것이 직격탄이 됐다. 거래소 특성상 매출 대부분이 이용자의 거래 수수료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코인베이스의 월간 개인 이용자는 920만 명으로 지난해 4분기 1140만 명에서 19% 넘게 감소했고, 이 기간 총 거래액은 40% 급감한 3090억 달러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코인베이스 주가는 이날 실적 발표 전 13% 가까이 폭락했다. 실적 발표 후 시간 외 거래에서는 낙폭이 15% 넘게 확대됐다. 회사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71% 넘게 빠졌다. 다른 가상자산 관련주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실버게이트캐피탈은 올해 들어 42% 하락했고, 마라톤디지털홀딩스와 리오트블록체인은 각각 64%, 66% 떨어졌다. 비트코인 채굴업체 테라울프는 무려 80% 급락했다. 가상자산 대표 옹호자인 마이클 세일러가 이끄는 마이크로스트래트지도 올해 60% 떨어졌다.
2분기 시장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비트코인은 이미 이날까지 6거래일 연속 하락해 지난해 11월 고점 대비 54% 하락했다. 이날 한때 3만 달러 밑으로 추락하는 장면도 있었다. 시가총액 기준 2위 이더리움도 올해 들어서만 37% 하락했다. 비트코인을 제외한 상위 5개 코인을 추적하는 ‘파이낸셜타임스(FT) 월셔게이지’는 최근 고점 대비 70% 급락했다.
크립토컴페어에 따르면 최근 상위 500대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1조6000억 달러로 지난해 11월 고점 대비 절반으로 쪼그라들었다. 일각에서는 침체기를 의미하는 ‘가상자산 겨울’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은 지난 2017년 말과 2018년 초 사이에도 급락세를 면치 못했는데, 당시 비트코인 가격은 고점 대비 80% 넘게 떨어졌다.
가상자산 가격 급락 배경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행보가 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등 공격적인 긴축에 나서자 투자자들 사이에서 리스크 회피 심리가 커진 것이 가상자산 시장에도 타격을 줬다. 웨드부시증권의 대니얼 아이브스 전략가는 “일부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처럼 가상자산을 선택했지만, 가상자산은 나스닥과 샴쌍둥이처럼 거래되고 있다”면서 “가상자산을 포함한 모든 자산군에 리스크가 있어 숨을 곳이 없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고 있어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행보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즉 가상자산과 관련주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코인베이스는 이날 주주 서한에서 사용자 수와 거래량 모두 2분기 다시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