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빅 스텝? 자이언트 스텝?

입력 2022-05-11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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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빅 스텝(50bp 인상)일까? 자이언트 스텝(75bp 인상)일까? 스텝 논란이 거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금리 인상 걸음에 대한 우려로 주식시장은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주식시장이 본격 반등하려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잦아들어야 한다. 한국 경제가 인플레이션에 더욱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중앙은행은 역대급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이번 인플레이션은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역대급 부양책과 유동성 공급이 발단이 됐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코로나 봉쇄 조치가 기름을 끼얹은 형국이다. 유동성 회수는 예측 가능한 당연한 수순이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발 공급난은 예상치 못했던 변수들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있고, 중앙은행은 물가와 경기 우려 속에서 힘겨운 줄타기를 하고 있다.

연준은 최근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0.50%포인트(50bp) 인상했다. 연준 위원들의 만장일치였고, 주식시장에서도 90% 이상 확률로 예측했으며,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시장은 자연스럽게 6월 FOMC를 향하고 있고, 과연 금리를 75bp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주식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FOMC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경기에 대한 자신감과 더불어 자이언트 스텝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을 피력하자 주식시장이 급등하며 반겼지만, 곧바로 빅 스텝에 대한 후폭풍과 함께 자이언트 스텝에 대한 우려가 재차 커지며 급락했다. 파월 의장은 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부진했지만, 가계 지출과 기업 투자가 여전히 양호하고, 노동시장은 견고하다고 평가했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정상적인 수준으로 신속하게 움직이는 경로 위에 있다는 입장이다.

우려의 핵심은 연준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코로나 봉쇄 조치가 언제 끝날지 예측할 수 없고, 낙관할 수도 없다는 데 있다. 공급 측면의 인플레이션 요인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준도 두 가지 큰 악재를 지켜보면서 수동적이고 후행적인 정책 대응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변수가 아닌 상수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동부 돈바스 지역과 마리우폴 지역에서 양국 간 교전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동시에 휴전 협상도 병행되고 있기 때문에 추가 확전 의지가 크지 않아 보인다. 미디어와 시장 참여자들에게 내성이 생겼고, 관심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느낌이다.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화되기 위해서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지났다는 믿음이 생겨야 한다. 그러면 당연히 자이언트 스텝과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완화될 것이다.

키움증권 리서치센터는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으로 전진하기보다 7월까지 세 차례 연속 빅 스텝을 유지하고, 그 이후에는 매 회의마다 25bp씩 완만하게 인상할 것으로 전망한다.

투자자들은 리스크 관리와 함께 인내가 필요해 보인다. 미국 소비자물가와 6월 FOMC 금리 결정,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봉쇄 조치의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

다행스러운 점은 1분기 실적 시즌을 경과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이익 추정치가 여전히 상향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자동차, 에너지, 철강 등 양호한 실적 모멘텀이 확인된 업종을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전미투자자협회에서 발표하는 낙관적 투자자 비중에서 비관적 투자자 비중을 차감한 격차가 2009년 금융위기 수준만큼 역사적 최저 수준으로 확대돼 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게도 증시 저점을 예고하는 시그널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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