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공포' 드리운 증시...베어마켓 언제까지

입력 2022-05-10 14:47수정 2022-05-10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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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연중 저점 경신…장중 한때 2553까지 하락
외국인 '셀 코리아' 지속…코스피 지분율 13년만 최저
러시아·중국발 리스크에 공급 부문 인플레이션 심화
"증시 밸류에이션 고려 시 과매도…섣부른 투매 지양"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국내 증시가 공포에 질렸다. 세달 가량 심리적 지지선 역할을 해오던 2600선 마저 뚫었다. 장중 ‘패닉 셀’에 한때 2553까지 떨어졌다가 소폭 회복한 상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봉쇄 등 여파로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이언트 스텝’ 우려가 시장을 집어 삼켰다. 환율 급등에 외국인의 자금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증권가는 섣부른 비중 확대도, 투매도 경계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외인·기관 ‘쌍끌이 매도’, 연중 저점 경신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D.C./AP뉴시스

10일 오후 2시 42분 기준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48%(12.63포인트) 내린 2598.18포인트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월 28일 이후 세달여 만에 2600선을 깨고 내려 앉았다. 장중 한때 2553.01까지 떨어지며 지난 1월 28일 연중 저점(2591.53)을 경신한 후 소폭 회복한 상태다. 지난 2일부터 6거래일 연속 하락하는 등 지난해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한 지난 3월 ‘베어마켓(약세장)’에 진입 한 후 약세가 지속 중인 모습이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가 주가를 끌어내렸다. 전날 약 3700억 원(외인 2283억 원·기관 1436억 원)을 순매도 한 데 이어 이날도 장중 2400억 원 가량을 팔아치우면서 이틀간 6000억 원을 쏟아내고 있다.

연일 천장을 뚫고 오르는 환율이 외인 수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전까지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 대비 3.3원 오른 달러당 1277.3원으로, 2020년 3월 이후 2년 여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인은 올해 들어 11조 원어치를 매도 하면서 ‘셀 코리아’를 지속 중이다. 같은 기간 개인 투자자가 19조 원어치를 매수한 것과 대조된다. 외인 코스피 지분율은 지난달 28일 기준 30.90%로 13년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은 후 31%대 초반을 기록 중이다.

증시가 바닥을 뚫으면서 개미들의 비명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투자 열풍 당시 1억 원을 소형주에 ‘올인’한 라모(37) 씨는 “일을 그만두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등 의욕이 약해진 상태”라며 “아직까진 유지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전했다.

◇길어지는 인플레이션…러시아·중국발 리스크 경기둔화 우려↑

(출처=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인플레이션이 예상 대비 장기화될 거란 우려가 국내 증시에도 불확실성을 키웠다. 물가 상승을 가장 경계하고 있는 연준이 5월 ‘빅스텝’에 이어 긴축 고삐를 더 죌거란 공포감이 커지기 때문이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1년전 대비 물가는 향후 낮아질 가능성이 높지만 팬데믹 이전인 3년 전과 비교한 물가는 보수적으로 봐도 2023년 상반기까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 물가가 한 고비를 넘고 있지만 경계심을 느슨하게 할 시점은 아니라는 판단”이라고 전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물가는 198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고물가가 지속될 경우 소비 둔화와 이로 인한 경기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통과했다고 보는 연준의 안이한 대응이 부작용을 초래할 지 모른다고 염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러시아, 중국발 리스크에 대한 연준의 ‘약효’가 듣지 않으면서 시장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확전이 우려되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지속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자극 중이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공급난에 이어 서방국의 연이은 대러 제재 조치가 에너지·곡물 등 가격 상승세를 확장시키고 있다. 중국도 지난 3월 이후 상하이에 이어 베이징에서도 통제 지역이 늘면서 내수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상태다.

◇국내 증시 상대적으로 저평가…“투매 동참 이르다”

(출처=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

반면 한국 주식시장이 밸류에이션 대비 상대적으로 저평가 된 만큼 투매가 섣부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1분기 실적 발표가 나오기 이전 시장 컨센서스가 존재한 174개 기업의 전망치 대비 실적은 9.22% 증가했다는 게 신영증권의 분석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대 주가수익비율(PER) 관점에서 평균적으로 코스피는 MSCI 선진국지수 대비 30% 정도 할인 받는데 지금은 38% 정도로 더 크게 할인받고 있다”며 “코스피 외국인 지분율은 201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외인 자금이 적극적으로 한국 주식을 파는 구간은 지나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 급락은 견조한 기업들의 실적, 증시 전반적인 밸류에이션 정황을 고려하면 과매도 성격이 강하다”며 “과매도 영역에서는 약간의 호재성 재료 출현 만으로도 주가 복원이 빠르게 이뤄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현 시점에서 투매에 동참하는 것은 지양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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