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 직결된 영업용은 보험료 올려 취약층에 부담 전가
정부의 가격개입이 자동차보험 시장의 양극화를 심화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의 양극화와 개인용 자동차보험과 영업용 자동차보험 차주 간의 양극화다. 대선용 보험료 인하 압박이 상대적 약자에 피해만 전가하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등 대형 손해보험사들은 지난달 선제적으로 개인용 자동차보험료 인하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손해율이 개선됐다는 이유였지만, 대선을 앞두고 정부의 간접적인 압력이 있었다.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한 대형사들은 너도나도 보험료 인하를 내세운 광고 마케팅에 돌입했다. 갱신을 앞둔 타사 고객을 흡수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는 자동차보험료 인하에 후발주자로 참여한 중소형사들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롯데손보, 악사손보 등 보험료 인하를 아직 결정하지 못한 소형사들에는 더욱 그렇다. 이들 고객들은 보험료 인하를 먼저 결정한 대형사에 고스란히 뺏기게 될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에도 자동차보험 시장의 양극화는 지속됐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DB손보, KB손보 등 대형 4사의 시장점유율은 2017년 80%를 돌파한 이후 지속 증가해 85%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중소형사의 점유율은 쪼그라들었다. 손보업계는 올해 보험료 변동으로 점유율 차이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의 가격개입은 영업용 자동차보험 차주와 개인용 자동차보험 차주 간의 양극화도 초래했다. 손보사들은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는 내리는 대신 영업용 자동차보험료는 잇따라 인상했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은 각각 지난달 20일과 13일 책임 개시 계약부터 영업용 자동차 보험료를 3% 올렸다. DB손보는 지난달 16일 책임 개시 계약부터 영업용 자동차 보험료를 2.2% 인상했고, KB손보도 지난달 21일 책임 개시 계약부터 4.5%를 올렸다.
자동차 보험에서 개인용은 일반 자가용, 업무용은 회사 등 법인차량, 영업용은 렌터카·일부 화물차·배달 차량·개인택시 등을 의미한다. 개인용과 업무용만 내리고 화물차 등 영업용은 올려 정작 생계에 직결된 영업용 차주들은 외면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손해보험사들은 화물차나 택배 차량의 사고가 증가해 손해율이 올라가면서 자동으로 보험료 또한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항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