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소비자물가가 4%대 후반 상승률로 폭등했다. 물가의 천장이 뚫린 양상이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서 4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06.85(2020년=100)로 1년 전보다 4.8%나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유가 등 에너지 가격과 곡물값이 급등한 데다, 계속되는 글로벌 공급망 차질, 전기요금 인상, 코로나19 방역 완화에 따른 수요 회복 등이 겹친 영향이다. 소비자물가는 작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3%대 상승률을 보이다가, 3월 4.1%로 치솟고 지난달 오름세가 더 가팔라졌다.
오르지 않은 게 없다. 석유류(34.4%)와 가공식품(7.2%) 등 공업제품이 7.8% 치솟았고, 전기·가스·수도요금 6.8%, 외식 등 개인서비스 4.5%, 농축산물 1.9%, 집세 2%의 상승률을 보였다. 구입빈도와 지출비중이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산출해 소비자들의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도 5.7% 올라 2008년 8월(6.6%) 이후 가장 높다. 농산물 및 석유류를 빼고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상승률이 3.6%로 2011년 12월(3.6%) 이후 최고치다.
앞으로도 물가가 더 오를 요인만 가득하다. 국제 에너지와 원자재, 곡물가격의 상승세, 공급망 교란 상황이 진정될 전망이 어둡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 긴축 기조로 환율도 크게 뛰어 수입물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 모두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이다. 3월 생산자물가가 1년 전에 비해 8.8%나 급등했는데 아직 소비자물가에 덜 반영됐다. 결국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 3.1% 수준의 방어는 불가능해졌고 4%대 이상으로 치솟을 공산이 커졌다.
비상한 물가 상황에 서민생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저소득 취약계층에 더 큰 충격을 가져오는데도 마땅한 대응 방도가 없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율을 5월부터 30%로 확대했고, 주요 원자재와 곡물에 대한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다.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금리도 오를 수밖에 없는 점도 서민 가계에 심각한 위협이다. 한은은 4월에 이어 이달에도 기준금리의 추가인상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미 시장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금리(가중평균)는 3월 연 3.98%로 2014년 5월(4.02%) 이후 7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택가격 폭등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집을 산 청년층과 다중채무자, 코로나 사태에 은행 빚으로 버틴 자영업자 등의 이자부담이 커지고 신용위험이 증폭된다. 물가 오름세가 장기화하고, 금리 상승의 충격까지 덮치는 민생의 위기인데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