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보겠다는 한은 총재… 5% 턱밑 물가에 기준금리 인상 유력

입력 2022-05-03 16:33수정 2022-05-0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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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은 총재, 취임 후 첫 금통위 26일 열려
4.8% 소비자물가 인상에 금리 올릴 듯
물가 정점 아니야… 하반기 매번 올릴 가능성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5일 기자단 상견레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청문회와 취임사 등을 통해 ‘데이터’ 기반 통화정책 결정 의지를 수차례 밝혔다.

그는 지난달 25일 출입기자단 상견례에서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과 경기 부양 중 어떤 게 더 당면한 과제냐는 물음에 “전반적인 기조로 봤을 때는 지금까지는 물가를 더 걱정하고 있다. 데이터를 보고 그때그때 금융통화위원들과 균형과 유연성을 갖고 상황 판단을 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4.8%의 물가 상승률이 ‘데이터’로 확인된 만큼, 이 총재가 26일 취임 후 첫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제1 정책 목표인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소비자물가,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이 치솟아

3일 한국은행은 앞으로 소비자물가에 대해 △곡물 등 원자재가격 상승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수요측 물가압력 증대 등으로 당분간 4%대의 오름세를 이어갈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날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월 수준(4.1%)을 크게 웃도는 4.8%를 기록했다. 2008년 10월(4.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구매빈도와 지출비중이 높은 에너지, 식료품, 외식 등을 중심으로 물가가 오르면서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향후 1년)도 3%대로 상승(3.1%)했다.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제외) 상승률도 광범위한 물가상승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2009년 3월(3.3%) 이후 가장 높은 3.1%를 기록했다.

이환석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소비자물가가 지난달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4.8%)을 나타냈으며, 앞으로도 물가상승압력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4%대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휘발유, 식료품, 외식 등 구입빈도와 지출비중이 커 체감도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물가 오름세가 확대되는 만큼, 경제주체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

치솟는 물가는 이달 26일 한은 금통위가 금리 인상 결정을 내릴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금리 인상이 현실화된다면, 4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인상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물가 상승률은 아직 정점이 아니다. 향후 2~3개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상반기 내 한국은행의 물가에 대한 경계가 계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4월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금통위원들은 목표치를 크게 상회하는 물가흐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계속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연준의 강한 긴축에 환율 상승까지

3~4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도 우리나라 기준금리 결정의 변수다.

미국이 이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밟으면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1.00~1.25%p에서 0.5~0.75%p로 좁혀진다. 연준이 2번 더 빅스텝을 단행하면 한미 금리가 역전된다. 게다가 6월 자이언트 스텝(0.75%p 인상) 가능성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창용 총재는 “미국 FOMC 미팅에서 금리 0.5%p 인상을 얘기하고 있는데, 그렇게 될 때 또는 그 이상이 될 경우 자본유출이라든지 환율의 움직임 등을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있는 것도 기준금리 인상을 부추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2.7원 오른 달러당 1267.8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초만 하더라도 환율은 1200원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했다. 그러나 4월 중 1240원을 넘어서더니 지난달 27일에는 2년 1개월 만에 처음으로 1265원을 넘겼다.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를 올리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소비재, 자본재 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이다. 이는 생산자 물가를 거쳐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파급된다.

한은이 이날 공개한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열린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한 위원은 “높아진 대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성장세는 당분간 잠재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물가는 최근 상방 압력이 더욱 확대되고 기대인플레이션을 매개로 2차 효과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이 수입물가를 통해 국내물가의 추가적인 상승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점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지고 국내 물가도 치솟고 있다”라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5월은 물론이고 하반기에도 매번 인상해 2% 중반까지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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