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업계 실적, ‘예상대로’ 좋지 않을 것 같다.”
얼마 전 한 업계 관계자에게 들었던 말이다. 최근 반도체·배터리·디스플레이 기업들의 1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졌다. 반도체나 배터리와 달리 디스플레이 업계 실적은 ‘예상대로’ 저조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내 코로나19 봉쇄 조치, LCD 패널 가격의 하락세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할지 예측하기 어려워 디스플레이 산업의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저가 공세와 더불어 현재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서는 기업의 노력뿐 아니라 정부의 지원도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낸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은 2004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디스플레이는 2020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에서 4.4%를 차지할 정도로 국가 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매서운 추격으로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국내 기업들은 LCD(액정표시장치) 시장에서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 열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QD(퀀텀닷) 사업의 본격화 후 예정대로 LCD 사업을 종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도 LCD 생산라인을 줄이면서 하이엔드 LCD에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국내 기업들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미래 디스플레이로 점찍고 중국 기업들과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지만, OLED의 미래 또한 불투명한 상태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2019년 중·소형 OLED에서 한국의 시장 점유율은 90.3%였지만, 올해 2분기에는 72.1%로 전망된다.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9.7%에서 27.4%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OLED 시장 점유율은 6년 만에 10%대를 넘어섰다.
지금 속도라면 중국 기업들이 LCD에 이어 OLED에서도 국내 기업을 제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투자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8월 시행되는 ‘국가첨단전략산업법’에 디스플레이가 빠지는 등 지원책이 미비한 실정이다.
첨단기술은 ‘속도전’이라는 말이 있다. 조금만 방심해도 중국에 OLED까지 넘겨줄 수 있다는 것은 한낱 기우가 아니다. 한 번 뒤처진 사업은 다시 회복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무엇보다 OLED에서 중국과 초격차 유지를 위해서는 디스플레이 산업에 대한 홀대가 아닌 국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