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연구원, 하반기 국내 경제 이슈 보고서 발표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원화 약세) 등 '3고(高)' 현상으로 인해 하반기 슬로플레이션(저성장 속 고물가)이나 스태그플레이션(경기둔화 속 고물가) 늪에 빠질 우려가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선거 이후 국내 경기 지수가 하락하는 정치적 경기 순환 발생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일 발간한 ‘2022년 하반기 국내 경제 이슈’ 보고서를 통해 대내외적으로 상존하는 경기 불확실성과 향후 부각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 이슈 6개를 꼽고 대응책 마련을 주문했다.
먼저 보고서는 선거가 끝난 직후 상황에서 발생하는 정치적 경기 순환 현상에 대한 우려를 첫 번째 이슈로 선정했다.
정치적 경기 순환이란 현 집권 정부가 선거에 임박해 선거 승리를 위해 인위적 경기 부양(팽창정책)을 시도하고, 선거 후 긴축정책을 반복하는 등 경기 변동이 정치 이벤트인 선거 전후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는 현상이다.
국내 상황에 적용해보면 경제성장률 측면에서 대선별로 다르게 나타나 뚜렷한 정치적 경기 순환은 발견할 수 없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그러나 경기동향지수 순환변동치 측면에서는 선거 후에 경기동향지수 순환변동치가 하락하는 모습이 자주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환율(원화 약세), 물가, 금리가 모두 상승하는 3고 현상 지속으로 슬로플레이션(저성장 속 고물가)이나 스태그플레이션(경기둔화 속 고물가)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도 예상했다.
최근 공급망 불안,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른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기준금리 인상의 주요 원인이 돼 한국 경제는 이미 고물가·고금리 현상이 발생했다.
여기에 미국의 강도 높은 긴축정책 등으로 고환율(원화 약세)까지 겹치면서 삼중고 현상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2000년 이후 3고 현상이 나타난 2차례 시기(2001년, 2008∼2009년) 모두 선행지수순환변동치와 동행지수순환변동치가 하락하면서 경기둔화 모습을 보여줬다. 따라서 하반기에는 소비·투자 위축, 경상수지 악화 등이 경제성장률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중앙은행이 긴축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미국, EU 등이 기록적인 물가상승률에 대응하기 위해 긴축적 통화정책으로의 빠른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금리 인상 가속화로 한·미 간 기준금리는 연내 역전할 가능성도 있으며, 이는 경기 하방 위험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중국발 지플레이션(GVC+inflation) 쇼크’도 하반기 경제 이슈로 꼽았다. 향후 코로나19 재발에 따른 도시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우크라이나 사태 상황과 맞물려 하반기부터 중국발 인플레이션 전이 가능성이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 밖에 민생경제 위험요인이 취약계층에 집중돼 향후 가계부문의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우려했다.
또 보고서는 "코로나19 위기 장기화 등으로 재정 건전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올 하반기에는 경제 성장 관련 재정지출 확대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재정정책 딜레마'도 주요 이슈로 제시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주요국이 물가상승 등의 영향으로 긴축적인 기조로 통화정책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역시 불가피하지만, 하반기 경기 회복세 지속을 위해서는 가계부채, 환율 등의 거시경제지표에 유의하며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또 그는 “중국의 공급 쇼크 발 인플레이션 확산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대중국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로의 전이 피해 최소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