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치솟는 식용유 가격...해외선 사재기 기승에 배급제까지 생겼다

입력 2022-04-2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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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한 대형마트의 식용유 진열대 모습.(연합뉴스)

전 세계 식용유 가격이 크게 치솟고 있습니다. 식용유나 가공식품 제조에 쓰이는 식물성 유지인 팜유 가격이 폭등한 탓인데요. 해외에선 사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고 배급제까지 생겼다고 합니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특히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이 호소하고 있는데요. 팜유 가격 상승이 불러온 식용유 대란으로 서민들만 힘든 상황이네요.

◇팜유→식용유, 가격 오르는 이유

식용유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복잡다단합니다. 다만 그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팜유의 주요 산지인 남미는 2020년 팬데믹으로 노동력 부족 문제를 겪었습니다. 여기에 아르헨티나와 같은 주요 산지에 가뭄까지 불어 닥치자 팜유는 공급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지요. 팜유가 없으니 식용유 가격 상승은 시간 문제였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가격 상승 원인 중 하나입니다. 러시아는 전 세계 해바라기씨유 공급의 25%를, 우크라이나는 50%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두 나라의 전쟁으로 식용유인 해바라기씨유 공급에 차질이 생기며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이런 상황에 세계 최대 팜유 수출국인 인도네시아는 28일부터 식용유와 식용유 원료물질 수출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참고로 인도네시아는 세계 팜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6%에 달합니다.

이미 식량 및 에너지 인플레이션으로 모든 가격이 일제히 치솟는 가운데 이번 인도네시아의 선언은 ‘더블펀치’격 충격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계 2위 팜유 수출국인 말레이시아(31%)가 팜유 생산을 아무리 늘려도 가격 상승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일 테지요.

◇치솟는 ‘식용유 가격’…해외에선 구매 제한도

해외에서는 이미 ‘식용유 대란’을 겪고 있습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인터넷매체 허프포스트는 전 세계가 식용유 대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몸살의 주인공은 대다수 자영업자였습니다. 치솟는 식용유 가격을 견디다 못해 가격에 반영했더니 손님들이 발길을 끊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레스토랑을 운영 중인 타아리히 발릭 씨는 치솟는 해바라기씨유 가격을 못 견디고 음식 가격에 반영했더니 손님들이 발길을 끊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해당 식당에서 일하는 요리사 마선 액터스 씨도 “우리는 조금만 기다리면 시장이 안정을 찾고, 가격도 제 자리를 찾아갈 줄 알았다”면서 “이후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고 토로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에 터키의 일부 마트들은 구매 제한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식용유 대란’이 이어지자 식용유 구매량을 제한한 것입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독일 등의 유럽 주요국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영국은 현재 사재기가 심해 배급제까지 도입한 상황입니다만, 가격 상승을 막지 못하고 있습니다. 영국 런던에서 탄두리 식당을 운영하는 야와르 칸 씨는 “과거엔 20ℓ짜리 식용유가 28달러였는데, 지금은 49달러”라며 “각종 원자재 가격이나 인건비 상승의 부담을 소비자에게 떠넘길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최근 독일인들은 텅텅 빈 식물성 기름 진열대를 사진 찍어 소셜미디어에서 공유한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웃픈’ 상황입니다.

◇‘식용유 대란’에 국내 자영업자도 초긴장

팜유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계속 갈아치우면서 국내 자영업자들의 부담도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습니다. 특히 소상공인들은 3~4개월 치 물량을 비축한 국내 대형 제조업체들과는 여건이 다르다보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실제 자영업자들이 주로 구매하는 18ℓ짜리 식용유 가격이 널뛰며 이들의 걱정은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1년간 롯데푸드의 대두유는 84%, CJ제일제당 백설 카놀라유는 66% 가격이 올랐습니다.

이에 급격히 오른 식용유 가격을 견디다 못해 메뉴 가격에 반영했더니 손님들이 다 떨어져 나갔다는 이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27일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한 주 한 주 지날 때마다 가격이 오른다”, “더 사재기해야 하느냐”, “다들 얼마에 도매용 식용유 얼마에 샀느냐” 등의 글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서로 도매가 비교를 하며 더 저렴한 식용유를 사기위해 고군분투하는 자영업자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가정도 안전지대 아냐...밥상 물가 ‘적신호’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백설 올리브유 500ml’는 지난달부터 9500원에서 1만1000원으로 15.8%올랐다. 사진은 27일 한 편의점에서 인상된 가격에서 약 500원 할인된 가격에 판매 중인 올리브유 모습이다.(손민지 기자 handmin@)
물론 일반 가정도 ‘식용유 전쟁’에서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팜유 가격 폭등이 결국 식용유 소비자가도 올려 최종적으론 ‘밥상 물가’를 높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장 시중에 판매 중인 식용유만 봐도 그렇습니다.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백설 올리브유 500ml’는 지난달 9500원에서 1만1000원으로 15.8% 올랐습니다. 이는 2017년 이후 무려 5년 만에 단행한 인상입니다.

이 같은 분위기에 온라인 카페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식용유를 미리 쟁여둔다는 이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한 누리꾼은 ‘팜유 대란’ 소식에 “급하게 식용유를 주문했다”며 “취소당하지 않고 배송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아직까지는 해외처럼 식용유 품귀현상을 빚고 있지는 않지만, 국내 상황도 불안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사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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