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자산, 인플레·전쟁 등으로 부진 면치 못해
MMF 운용자금 한 달 새 32% 이상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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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최근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현금 보유량을 늘렸다. 향후 최소 2개월에서 6개월간은 지금과 같은 변동성이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릭 라이더 블랙록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과거보다 훨씬 더 (현금에) 가중치를 부여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현금 보유량을 50% 이상 늘렸다”면서 “현재로서는 인내심을 갖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일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블랙록뿐만이 아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이달 글로벌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이들의 현금 보유 비중은 2020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어드바이저의 수석 투자전략가인 가우라브 말릭은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을 생각하면 지금은 현금이 최고”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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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월가 분위기는 지표로 고스란히 나타난다. 미국 자산운용협회(ICI)에 따르면 미국에서 프라임 머니마켓펀드(MMF) 운용 자금이 2월 1460억 달러(약 182조 3000억 원)에서 3월 1930억 달러로 한 달 새 32% 넘게 급증했다. 이는 올해 들어 최고 수준이다. MMF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을 때까지의 보관 용도로 쓰이는 대기성 상품이다. 주로 단기 국채나 신용등급이 높은 회사채, 기업어음에 투자하는데, 금리 인상기에는 금리가 오르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 미국 기준금리가 내년 초에는 3%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MMF 수익률이 현재 S&P500 지수의 배당수익률인 1.4%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월가는 통상 현금 보유보다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해서 수익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하다. 이 때문에 월가에서는 ”미국 주식에 대안이 없다“는 말이 오랜 격언으로 통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0일 1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는 장중 2.98%까지 치솟아 2020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 향후 10년간 예상되는 미국 연평균 인플레이션율을 뛰어넘었다. 이는 투자자들이 채권을 만기 보유하면 물가상승률 이상의 이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업의 자금조달 부담이 커졌다는 이야기기도 하다. 즉 성장주 등 주식 투자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권오성 BOA 미국 주식 전략가는 “현금성 자산의 수익률이 정말 3%에 이르게 되면 ‘미국 주식에 대안은 없다’는 격언과 관련한 논쟁은 줄어들 것”이라면서 “현재는 위험자산에 최상의 환경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