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세계 최고 부자’ 머스크, 트위터 사려고 57조 빚내는 이유

입력 2022-04-22 16:58수정 2022-04-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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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로이터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최고의 부자입니다. 5일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Forbes)가 발표한 ‘2022년 세계 억만장자 명단’에서 머스크의 보유 자산 가치는 2190억 달러(266조6000억 원)로 세계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나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보다도 많은 액수입니다. 심지어 머스크가 태어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국내총생산(GDP)과도 맞먹는 규모입니다.

그런데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기 위해 거금의 은행 대출을 받는다고 합니다. 트위터를 인수하고도 남을 자산을 두고 말이죠. 갖고 있는 자산만으로도 트위터를 인수하고도 남는데 은행 대출을 받겠다니요.

머스크는 왜 그 많은 자산을 두고 대출을 고집하는 걸까요? 과연 그의 속내는 무엇일까요.

57조 ‘빚투’ 머스크, 대출계의 ‘큰손’된 이유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하기 위해 465억 달러(약 57조 5670억 원) 규모의 인수 자금 조달 방안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고했습니다. 그는 465억 달러 중 210억 달러는 자기자본으로, 남은 255억 달러는 은행 대출로 조달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주목할 점은 은행 대출 방식입니다. 머스크는 은행서 대출받는 255억 달러 중 절반을 자신이 보유한 625억 달러의 테슬라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기로 했습니다. 대출을 해줄 금융기관은 미국 모건스탠리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영국 바클레이즈, 일본 미쓰비시 등 총 12곳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말했듯 머스크가 가진 자산은 2190억 달러고, 트위터 인수 자금은 465억 달러입니다.

머스크가 보유한 자산 가치가 전 세계 1위란 것은 명백합니다. 하지만 이 자산이 모두 유동자산(짧은 기간 내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자산)이 아닙니다. 그의 자산 대부분은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주식입니다. 이에 머스크는 현금 자산 규모가 극도로 낮은 ‘캐시 푸어(cash poor)’라 할 수 있죠.

머스크는 테슬라에서 임금이나 현금 보너스를 받고 있지 않습니다. 회사 실적이 오르면 사내 보상체계에 따라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받는 식으로 소득을 얻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는 부동산도 소유하지 않고 있습니다. 2020년 5월 집을 소유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갖고 있던 주택을 모두 매각했기 때문입니다. 실제 18일(현지시간) 머스크는 크리스 앤더스 TED 컨퍼런스 조직위원장과의 인터뷰에서 “집을 소유하지 않고 있어 친구들의 집을 떠돌며 남는 방에 머무르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머스크의 수중에 당장 쥐어지는 현금성 자금이 없는게 당연합니다.

게다가 최근 트위터의 지분 9.2%를 사들이기 위해 약 26억 달러를 썼기 때문에 유동자산은 더욱 부족할 것입니다. 실제 현재 머스크가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은 약 30억 달러(3조7134억)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결국 ‘주식 부자’인 머스크 입장에서 트위터를 인수하려면 가진 주식을 담보로 인수 자금을 대출 받는 방법이야 최선인 셈입니다.

‘절세왕’ 머스크 속내에...비판적 시선

물론 주식을 매각해 트위터 인수 자금을 마련할 수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주식을 대량 매각할 경우 엄청난 세금을 내야하는 데다, 그만큼 회사 지배력도 약해질 것이기 때문이죠. ‘절세왕’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겠다고 주식을 팔지 않는 이유입니다.

머스크의 주식 담보 대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해 머스크는 주식 자산을 담보로 5억1500만 달러(6031억 원)를 여러 투자은행에서 빌렸습니다. 이미 머스크는 주식 담보 대출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었던 거죠.

이처럼 그가 주식 담보 대출을 사용하는 이유는 ‘절세 효과’ 때문입니다. 주식 담보 대출은 정규 소득과 같은 방식으로 세금이 부과되지 않습니다. 더불어 미국에선 주식이나 채권에 대한 보유세도 적용되지 않죠.

반면 주식 매각 시 붙을 양도차익세에 비해 은행에 내는 이자는 극히 적습니다. 실제 지난해에 머스크가 받은 주식 담보대출에도 세금이 붙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니 머스크 입장에선 주식을 매각해 쓸 돈을 마련하느니 주식을 담보로 은행에서 빌려오는 게 이득입니다. 세금을 왕창 내느니 신용 대출로 은행에 이자를 내겠단 겁니다.

물론 이러한 태도는 강한 비난을 사기도 합니다. ‘억만장자’들의 세금 회피 문제는 오랜 시간 논란이었습니다. 미국 비영리 인터넷 매체 프로퍼블리카도 머스크 같은 미국의 ‘슈퍼 부자’들이 일반 시민보다 적은 소득세를 내고 있다고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최근 미국 내에서 ‘억만장자세’ 논의가 시작된 이유기도 합니다.

한편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공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인수 자금을 중심으로 우려와 논란의 시선이 함께 붙을 것으로 보여 인수합병(M&A) 성공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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