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신바이오 “적자도, 빚도 없는데”…상폐 위기까지 왜?

입력 2022-04-23 07:00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재고자산, 발생원가 등 외부 감사인이 중대 취약점 발견

꾸준히 우상향하는 실적 곡선과 무차입 경영 등 감사의견 한정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던 일신바이오가 상장폐지 직전까지 몰렸다가 개선기간을 부여받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예상도 못했던 악재에 일신바이오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의 충격이 크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일신바이오는 최근 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 관련 이의신청서를 접수한 결과 내년 4월 10일까지 개선기간을 부여받았다.

일신바이오는 앞서 7일 ‘감사범위제한으로 인한 한정’ 사유로 상폐 사유가 발생해 주식 거래가 정지됐으며 관리종목 및 투자주의환기종목으로 지정됐다. 일신바이오는 20일 이의신청서를 제출해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

실적과 재무 안정성이 탄탄했기에 일신바이오의 감사의견 한정은 투자자들에게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일신바이오는 동결건조기와 초저온냉동고 등 생명공학 연구용 장비와 의약품, 백신, 기능성 식품 등을 대량 생산하기 위한 산업용 대형 동결건조기 등을 제조, 판매하는 바이오 장비 전문업체로 2007년 말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일신바이오는 1995년 설립 이후 별도기준으로 단 한 차례도 영업손실을 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매출 규모가 그리 크지 않지만 부침은 있을지언정 우상향 추세를 이어갔다. 최근 5년간 매출을 보면 2017년 126억 원에서 지난해 244억 원으로 성장했고 영업이익 규모 역시 같은 기간 24억 원에서 78억 원으로 늘었다.

▲초저온 냉동고. (출처=일신바이오 홈페이지 캡처)

일신바이오는 건전한 재무 안정성도 갖추고 있다. 작년 말 부채비율은 12.6%에 불과하다. 장ㆍ단기 차입금과 사채, 금융부채 등이 일절 없다. 외부 차입에 의존하지 않고 경영 활동에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회사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또 2019년부터는 작은 규모지만 배당도 시작했다.

그런데도 작년 회계결산과 관련해 ‘한정’ 의견을 받은 것은 재고자산, 매출의 발생원가 등에 대한 감사인의 문제 제기가 원인이 됐다. 재고자산은 판단 기준에 따라 매출로 이어지는 가치 있는 자산으로, 또는 자산 검토를 통해 털어내야 할 비용이 될 수 있어 회계 이슈의 단골 메뉴가 되곤 한다.

일신바이오의 외부 감사인인 서우회계법인은 경영진이 제출한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실태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중대 취약점을 발견했다. 서우는 일신바이오가 실사계획, 수량 차이 보고 등 재고 실사와 관련한 통제절차, 재고자산수불부 작성과 합리적인 원가 배분을 검토하는 통제절차를 충분하고 적합하게 설계ㆍ운영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이를 통해 발생원가가 재무제표의 제품과 매출원가에 적절히 기록되지 않을 수 있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회계처리를 검토하는 내부통제의 미비로 감사전 재무제표 제출 이후 중요한 수정사항도 발견했다. 결국,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적합한 감사 증거를 입수하지 못했고, 그 결과 재무제표 금액의 수정이 필요한지 여부를 결정할 수 없어 ‘한정’ 의견을 낸 것이다.

공교롭게도 10여 년 만에 외부 감사인을 변경한 것이 일신바이오에는 악재가 됐다. 종전 감사인은 인덕회계법인이었으나 작년 결산부터 서우에 맡겼다.

특히 기말감사와 관련해 상당한 진통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서우가 일신바이오와 맺은 감사 계약은 총 662시간에 8000만 원의 보수를 받는 것이었다. 종전보다 8시간, 보수는 3500만 원이 늘었다. 하지만 실제 감사 수행 시간은 두 배 수준인 1116시간에 달했다. 분ㆍ반기검토의 경우 286시간으로 전년보다 100시간 느는 데 그쳤으나 기말감사에만 830시간이 걸렸다.

한편 거래소는 내년 일신바이오의 개선기간 종료 후 15영업일 이내에 개선계획 이행내역서ㆍ이행결과에 대한 전문가의 확인서를 제출받고, 그로부터 20영업일 이내에 기업심사위원회를 개최해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ㆍ의결하게 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