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국내 생산자물가가 전월 대비 1.3% 뛰어 5년여 만에 가장 큰 폭 올랐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급등의 영향이 크다. 1년 전에 비해서는 8.8%나 치솟았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3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16.46(2015년=100)으로 2월(114.95)보다 1.3% 뛴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1월(1.5%)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시장에 공급되는 상품과 서비스 가격인 생산자물가지수는 1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소비자들의 생활물가에 반영된다.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공산품(2.3%), 농림수산품(0.2%), 전력·가스·수도·폐기물(0.2%), 서비스(0.3%) 모두 올랐다. 공산품 가운데 석탄 및 석유제품이 15.6%나 급등해 2020년 6월(21.3%) 이후 상승폭이 가장 컸고, 화학제품 2.8%, 1차 금속제품 1.5%의 상승률을 보였다. 농수산물은 소폭 내렸지만, 축산물이 3.5% 뛰었다. 서비스는 국제 곡물가격 급등으로 음식·숙박(0.9%)이 많이 올랐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 외부 충격으로 가격 등락이 심한 농산물과 석유류 등을 빼고 산출한 근원 생산자물가가 전월보다 0.9%, 1년 전에 비해 7.9%나 상승했다. 근원물가는 장기적 물가변동 기조를 나타낸다. 앞으로도 계속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의미다.
소비자물가는 이미 비상상태다. 올 들어서만 1월 3.6%, 2월 3.7%, 3월 4.1%나 상승했다. 더 뛸 소지가 크다. 공급부문에서 정책적으로 억눌렀던 전기와 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 요인이 아직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미국의 금리인상 등 통화 긴축,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달러 강세와 환율 상승이 이어지면서 수입물가 부담도 커진다. 생산자물가와 수입물가지수를 합쳐 산출한 공급물가가 한 달 사이 2.3%, 1년 전보다 13.7%나 급등했다. 지속적인 소비자물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심각한 상황인데 대처할 마땅한 방도도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한국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로 내다봤다. 정부가 연초 전망한 상승률이 2.2%이고, 한은 전망치는 3.1%였다. 하지만 이 같은 수준의 물가 방어는 불가능해지고 있다.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나 환율 변수는 정부 통제밖에 있고, 우리는 에너지와 원자재, 곡물 등을 수입에 의존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글로벌 공급망도 붕괴 상태다. 기업경영 환경의 악화는 말할 것도 없고, 물가를 올리는 악재들이 중첩돼 민생의 어려움만 가중될 수밖에 없다. 새로 출범할 윤석열 정부가 맞닥뜨린 엄중한 위기다. 물가로 인한 서민 고통을 줄이는 민생안정 대책보다 지금 화급한 과제는 없다.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물가부터 가라앉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