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송호근·백희정 카카오뱅크 팀장 “주담대, 벌써 20만명 경험…주택·광역시 등 대상 확대”

입력 2022-04-2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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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출시 한 달만에 누적 약정금액 1100억…후발주자·비대면 우려 극복
상담 주도 챗봇 운영 방식·모바일 앱 화면 단순화로 거래 불안·불편함 해소
팀제 협업으로 규제 변화 대응력 강화…우대금리 적용 방식도 고민

“주담대 대출 대상 지역을 수도권에서 광역시, 세종시 등으로, 물건도 아파트에서 다세대·다가구로 확대할 계획이다.”(송호근 주담대스튜디오팀장)

“주택담보대출을 어떻게 비대면으로 하냐는 반대도 있었다. 카카오뱅크 주담대로 대출 허들을 많이 낮췄고, 대출을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창구를 열었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다.”(백희정 여신플랫폼기획팀장)

최근 은행업권 사이에서 카카오뱅크(카뱅)의 행보는 최대 관심사가 됐다. 카뱅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시장 진출을 예고했을 때 은행업권은 비대면, 심사 경험치 등 한계를 지적하며 카뱅의 시장 안착에 부정적 입장이었다. 하지만 카뱅이 빠른 속도로 고객 유치하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자 이들의 행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백희정(왼쪽) 여신플랫폼기획팀장과 송호근 주담대스튜디오팀장이 19일 경기 성남 분당구 판교에 위치한 본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2월 카뱅은 출범 5년 만에 주담대 상품을 출시했다. 출시 한 달만에 누적 약정금액은 1100억 원(3월 말 기준)을 돌파했다. 주담대 기획 단계부터 참여한 송호근 팀장, 백희정 팀장은 비대면 주담대에 대한 반대 의견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금융의 허들을 낮춘다는 모토로 ‘부족한 2%’의 답을 끝까지 찾아낸 것이 성과로 이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예비인가 때부터 고민…고객 인터뷰·지인 술자리 마다치 않고 시장 조사

카뱅의 주담대 고민은 예비인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카뱅은 2015년 예비인가를 획득하고, 2017년 본인가를 거쳐 같은 해 영업을 개시했다. 송 팀장은 “주담대는 가계 대출에서 워낙 큰 시장이고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예비인가 때부터 어떻게 혁신을 해야 할까 고민했다”고 회상했다.

주담대 상품 개발을 시작할 때 담당자는 불과 서너 명이었다. 일주일 단위로 주기적으로 모여 고객 인터뷰를 하고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도 기존 은행의 주담대 거래 시 불편한 점을 물어봤다. 송 팀장은 “2020년 2분기에 요건을 정리하면서 본격적으로 (주담대 기획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백 팀장은 고객과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오히려 대면 서비스를 선호한다는 결과가 나와 당황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인터뷰는 30·40·50대, 직장인·사업자·개인, 집 구매 경험이 있거나 구매할 계획인 고객 등 다양한 그룹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주담대의 비대면화를 우려하는 내부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백 팀장은 “인생에서 집을 마련하는 게 너무 중요한데, 모바일로 주담대 업무를 처리한다는 것 자체가 불안해서 안 할 것 같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은행에 서류를 제출할 때 불편한 점보다 오히려 대면 서비스에 만족했다는 목소리에 신경을 더 쓰게 됐다”고 되돌아봤다.

상담 주도권 가진 챗봇·화면 단순화로 승부수

카뱅은 주담대 후발주자·비대면화란 악조건 속에서 시장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그 배경에는 기존 은행과 다른 챗봇 운영 방식,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화면 단순화로 고객의 불안감과 불편함을 모두 해소한 것이 컸다.

특히 ‘오이스터(oyster·굴)’로 불리는 챗봇 운영시스템의 역할이 컸다. 오이스터는 어패류 ‘굴’로 해석된다. ‘굴’을 거꾸로 하면 ‘론(loan·대출)’으로 읽힌다. 백 팀장은 “개발자들이 시스템을 만들 때 ‘기존의 대출을 뒤집겠다’는 각오를 담은 의미로 챗봇 빌더 시스템 이름을 오이스터로 지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 송호근 주담대스튜디오팀장이 19일 경기 성남 분당구 판교에 위치한 본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송 팀장은 카뱅 주담대 챗봇이 성공한 원인은 상담의 주도권을 챗봇이 가져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송 팀장은 “기존 은행의 주담대 상담을 보면 소득은 있는지, 기존에 대출이 있는지 등 은행원이 질문을 시작한다. 이처럼 카뱅의 챗봇 역시 질문을 카뱅이 먼저 한다”고 설명했다. 고객이 질문하는 방식이 아닌 이미 짜인 시나리오에서 고객의 답변을 바탕으로 가장 궁극적으로 궁금한 최저 금리 답변을 찾아내는 것이다. 카뱅 주담대 챗봇을 사용한 고객 가운데 5%만 추가 유선 상담을 요청할 정도로 챗봇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플랫폼 개발·상품팀 한 곳에…정부 규제 변화 대응력 높여

카뱅 주담대를 향한 우려 중 하나가 정부의 대출 규제 변화에 얼마만큼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느냐였다. 송 팀장은 플랫폼 개발팀과 상품 개발팀이 한 팀으로 협업하면서 규제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송 팀장은 “플랫폼 기획팀과 상품 제도 팀이 협업하는 게 핵심이어서 ‘스튜디오’라는 조직을 만들어 두 팀이 같이 있는 것이 특징이고, 새로운 규제가 나왔을 때 대응 속도가 좀 더 빠를 수 있다”고 했다.

송 팀장은 기존 규제 틀에서 정부 정책 변화를 반영하는 것 역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예를 들어 LTV, DSR 수치를 40%에서 50%로 바꾼다거나 부부합산 소득을 연 7000만 원에서 8000만 원으로 바꾸는 식의 기존 틀에서 규제 변화는 거의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은행원이 직접 규제 변화를 업무에 적용하려면 내용을 인지하는 데 학습 시간이 소요되는 것과 달리 시스템에서 바로 반영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시장점유율 최소 3년 내 5위권 진입 계획…7년 무렵엔 1등도 목표

주담대 시장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카뱅은 주담대의 시장점유율을 최소 3년 이내에 5위권 진입을 계획하고 있다. 현 추이라면 7년 후에는 1등을 목표로 세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송 팀장은 “신용대출이 5위권 내에 진입하기까지 3~4년 정도 걸렸고, 전세대출은 3년 정도 걸렸다”며 “주담대는 3년에서 5년 정도면 5위권 내로 진입하고 나아가 7년 정도 되면 시장점유율 1·2위를 가져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뱅 주담대 경험자 20만명…우대금리·주택·지역·2주택자 대상 확대도 고민

카뱅은 주담대 대상을 앞으로도 더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주담대 대상은 수도권 소재 아파트로 대출 한도는 10억 원이다.

송 팀장은 “물건을 아파트에서 다세대, 다가구 주택으로 확대하고, 지역도 수도권에서 광역시, 세종시 등으로 넓히는 안을 고민 중”이라며 “지금 현재는 무주택이거나 집이 한 채만 있으신 분만 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 일시적으로 2주택자 등에 대한 다주택자도 대출을 받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담대에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 은행 상품을 추가로 가입하거나, 카드 실적을 채우는 방식으로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시중은행과는 다른 방식을 고민 중이라는 것이다. 송 팀장은 “중저신용자 대상으로 대출을 해주는 서민금융진흥원에서 교육 콘텐츠를 수강하면 대출 금리를 감면해주는 걸 했었는데 교육을 수강했을 때 연체율 개선 효과가 나타난 사례도 있다”며 “이 같은 교육을 이수한 대출자를 대상으로 금리 우대 쿠폰을 제공하는 등의 방안도 고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점유율 최소 3년 내 5위권 진입 계획…7년 무렵엔 1등도 목표

주담대 시장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카뱅은 주담대의 시장점유율을 최소 3년 내에 5위권 진입을 계획하고 있다. 현 추이라면 7년 후에는 1등을 목표로 세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송 팀장은 “신용대출이 5위권 내에 진입하기까지 3~4년 정도 걸렸고, 전세대출은 3년 정도 걸렸다”며 “주담대는 3년에서 5년 정도면 5위권 내로 진입하고 나아가 7년 정도 되면 시장점유율 1·2위를 가져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백희정 여신플랫폼기획팀장이 19일 경기 성남 분당구 판교에 위치한 본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카뱅 주담대를 통해 본인의 금리 수준을 확인한 경험자가 20만 명을 넘었다. 백 팀장은 복잡하게만 여겼던 주담대의 문턱을 낮췄다는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백 팀장은 “대출의 한도와 금리를 명확하게 제시받기까지 허들이 높은데 많은 고객이 주담대를 경험할 수 있도록 카뱅이 기여하고 그런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측면에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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